유동인구·사업체 따지면 당연 ‘1순위’… 당위성 입증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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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인구·사업체 따지면 당연 ‘1순위’… 당위성 입증 사활
성남시 특례시 지정 고지가 보인다
  • 이강철 기자
  • 승인 2020.06.11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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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지난 5월 29일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각 지자체들의 발길이 분주해지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인구 100만 명 도시 외에 인구 50만 명 이상 도시 중 행정수요와 국가 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특례시를 지정할 수 있도록 명시했기 때문이다.

이 법률안은 오는 18일까지 입법예고, 이달 말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7월 초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국회에서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부칙에 의거 1년 후인 2021년 시행될 전망으로, 이 기간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세부적인 내용이 확정된다.

은수미 성남시장을 비롯해 관계자들이 성남특례시 지정을 위한 범시민추진위원회 발대식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은수미 성남시장을 비롯해 관계자들이 성남특례시 지정을 위한 범시민추진위원회 발대식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 인구 50만 명 이상 지자체 전국 16개소, 성남시는 1순위 자신감

 은수미 성남시장은 입법예고 직후 본인의 페이스북에 ‘성남 특례시를 기다리며’라는 글로 환영의 뜻과 자신감을 표현했다. 그는 "하루 유동인구만 260만 명이며 재정자립도와 행정서비스, 기업하기 좋은 도시 1위를 석권한 성남시가 1순위인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다른 시·군들도 각자의 당위성을 내세워 특례시 지정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인구 50만 명이 넘는 도시는 16곳이다.

이 중 수원과 고양·용인·경남 창원 4곳은 인구 100만 명이 넘어 사실상 특례시 지정이 확정된 상태이고, 50만 명 이상 도시 중에는 성남시와 도청 소재지인 청주, 전주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자체 제도가 시작된 1988년 5월 1일 전부개정 사항에서 큰 변화 없이 32년간 정체된 상태였다. 2003년과 2008년 시·군 통합을 통한 특례시 지정 논의가 있었지만 2010년 창원시(마산·창원·진해) 통합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세종특별자치시와 제주특별자치도 지정 시에도 자치분권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2018년 10월 제6회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정부가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에 대한 특례시 지정을 골자로 하는 법률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수원 등 4개 시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며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지만, 요건에서 제외된 지자체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인구 96만 명, 행정수요 149만 명의 성남시였다.

지난해 4월 열린 성남시 특례시 지정을 위한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열린 성남시 특례시 지정을 위한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 획일적인 특례시 지정 기준, 은수미표 행정수요로 돌파

 은 시장은 당시 시민들에게는 생소했던 행정수요 반영을 주장하며 제동에 나섰다. 단순히 주민등록상 거주인구가 아닌 유동인구와 사업체 수 등 행정수요 10대 지표와 재정자립도, 지방세 규모와 같은 실질적인 역량과 필요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 행정수요 10대 지표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기준인건비 결정 기준)

 ① 인구 ② 면적 ③ 주간인구 ④ 65세 이상 인구수 ⑤ 사업체 수

 ⑥ 자동차 수 ⑦ 장애인 수 ⑧ 법정민원 수 ⑨ 외국인 인구수 ⑩ 농경지 면적

2018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기준에서 성남시의 주간 상주인구는 91만6천800명으로 고양시(82만3천200명)나 용인시(85만9천600명)보다 많았고 사업체 수(6만4천188개소), 등록외국인 수(1만7천968명) 외에도 예산액, 재정자립도, 지방세 징수액, 민원수요 등에서도 인구 100만 도시를 앞지른다.

 공무원 1인당 주민 수도 338명으로, 서울특별시(220명)와 울산광역시(182명), 창원시(225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기존 인구 기준 행정체제에서 행정서비스 불균형이 심각했음을 알 수 있는 수치다.

 또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인구 50만 명 이상 도시 중 도청 소재지에 대한 특례도 함께 요구했다.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과 지역도시 네트워크에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를 넘어 자치분권 강화를 통한 중앙-지방정부의 상생을 바라는 마음에서다.

 전문가들도 시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정정화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은 특례시의 원형인 일본의 ‘정령지정시’ 사례를 들어 "인구밀도와 도시 형태, 기능 등 대도시를 경영할 수 있는 행·재정적 능력으로 심사해야 한다"고 밝혔고, 조성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도시의 덩치보다는 종합적인 행정수요가 중요하다"며 "인구수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상황에서 획일적인 인구기준만을 고집할 경우 지방 대도시들은 심각한 역차별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남특례시 지정을 위한 범시민추진위원회 발대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성남특례시 지정을 위한 범시민추진위원회 발대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시작된 지자체 입법경쟁, 성남시가 한발 앞서

 은 시장이 행정수요 카드를 꺼내들자 다른 시·군들도 일제히 가세했다.

 전주시는 문화수도와 연계한 문화특례시를 내세웠고, 청주시는 도청 소재지를 위한 추가 요건 신설을 주장했다. 천안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등 적용을 요구했다. 

 이 외에도 소외지역 특별기준 적용, 지방 소도시 특례군 지정 등 지자체들이 제각각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회에는 정부안과 6개 일부개정안 등 총 7개 법률안이 연달아 제출됐다. 특례시를 둘러싼 지자체들의 입법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시는 ‘행정수요 100만 명과 인구 50만 명 이상 도청 소재지에 대한 특례시 지정’을 방침으로 정하고 2018년 12월 법률안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다. 또 지역 국회의원과 협의해 같은 내용의 지방자치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2019년 1월에는 다시 행정안전부를 찾아 시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른 지자체들보다 3개월가량 앞선 행보였다.

 시민들의 움직임도 활발했다. 2019년 4월 열린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에는 600명 이상이 참석해 특례시 지정에 관심을 나타냈다. 이어 학계 전문가와 시민대표, 기업인 등 138명으로 구성된 성남특례시 지정을 위한 범시민추진위원회가 발족했고, 이들이 주도한 서명운동에 시 인구보다 많은 107만3천725명이 참여했다.

 추진위원회로부터 서명부를 전해 받은 은 시장은 직접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찾아 100만 시민의 뜻을 전달하고,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방문해 행정수요를 반영한 입법을 촉구했다.

 사활을 건 지자체들의 요청에 7개 법안이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20대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어갔으나, 결국 지난달 19일 열린 마지막 회의에서 논의조차 못한 채 본회의 상정이 무산되면서 또 한 번 특례시 지정이 좌절되는 듯했다. 그러나 정부가 입법예고를 하면서 다시금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 정부안의 내용은 그간 제기됐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반영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 중에서도 ‘행정수요’와 ‘국가 균형발전’을 함께 명시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은 시장과 성남시가 일관되게 주장했던 내용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은수미 시장.
은수미 시장.

# 특례시 지정은 지역의 이권이 아닌 올바른 성장으로 향하는 과정

 특례시 지정에 따른 행정권한 위임사항에 대해선 아직 명확하게 규정된 바 없다. 다만, 지방자치법 제10조 제2항에 인구 50만 명 이상 도시에 대해 18개 분야 42개 사무를 인정하고 있고,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은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를 대상으로 지방자치법에서 정한 항목 외에 20개 사무를 위임토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례시에 대한 사무 위임과 분권도 기존 법률의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경우 행정과 조직 관리, 재정 운용, 도시계획, 각종 인허가 권한이 위임되면서 현 광역시에 준하는 자율권을 갖게 된다.

 대표적으로 지역개발채권 발행과 시정연구원 설립, 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해제 권한을 갖는다. 재정수입 증가로 추가적인 세 부담 없이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중앙정부와 직접 협의가 가능해져 대규모 국가사업 공모와 유치도 용이하다.

 광역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택지개발예정지구를 지정하고,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에 자율성이 생겨 주거환경 개선과 기업 유치를 통한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특례시를 향한 우려도 적지 않다. 기존 5대 광역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주요 도시들이 이탈할 경우 도 단위 광역지자체의 역량 약화와 지자체 간 격차가 예상된다. 과도한 경쟁과 형평성 논란, 선정되지 못한 지역의 상실감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위임되는 권한을 지자체가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 자칫 난개발이나 포퓰리즘 정책 남발로 본래 취지를 저해할 수 있기에 명확한 목표와 면밀한 사전 계획이 필수다.

 은 시장은 "입법 과정이 진행 중인 사안이므로, 우선 처리상황을 지켜보며 시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특례시 지정은 도시의 올바른 성장과 다양성 회복을 위한 최선의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사진=<성남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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