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수원은 삼성날(DAY)이라는 말이 있었다. 삼성전자 월급날이 삼성날이었던 것이다. 삼성전자 월급날이면 수원 남문이라는 곳은 삼성전자 직원들로 북적거렸고 거리가 들썩들썩했던 기억이 있다. 대기업의 공장이 있는 도시는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한 달간 평택캠퍼스에만 2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평택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부터 메모리까지 차세대 반도체 메카로 육성할 전망이다. 평택캠퍼스는 기존 다른 사업장보다는 대규모 부지 확보와 생산라인 개보수 등 현실적 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2015년 조성된 평택캠퍼스 1라인에서는 D램과 낸드를 양산하고 있다. 이어 2라인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하면 EUV(극자외선)를 비롯해서 D램, 낸드 등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성된다고 한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함께 대표적인 메모리반도체로 꼽히는데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계속 저장하는 기능이다. 최근 언택트 확산으로 모바일용 낸드플래시와 데이터 센터 서버 확충용 낸드플래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삼성의 이번 투자에는 미·중 갈등과 중국 반도체 굴기, 코로나19 사태 등 글로벌 악재 속에서도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투자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됐다. 과거 이 부회장이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된 뒤 삼성의 대규모 투자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수조 원 단위의 초대형 투자를 위해서는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리스크를 떠 안을 수 있는 총수의 결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공과 사가 갈리긴 하지만 엄연한 현실인 한국식 오너경영체제 아래에서는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활동 위축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 기업 등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공격적 M&A에 나서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검찰 수사에 발목을 잡혀 포스트 코로나 대비에 전념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되면 안 되는 상황에서 평택시는 이번 투자가 멈춰지면 어쩌나 좌불안석인 건 분명했었다. 백년대계라는 큰 비전들도 기업오너의 부재나 나라의 정권이 바뀌면 모래성처럼 무산되거나 미뤄지는 경우를 종종 경험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는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공장만 있지만 이번 투자 결정에 따라 평택에도 시스템반도체 생산기지가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현재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타이완이 독보적인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이를 추격하는 동시에 세계 1위를 목표로 차세대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보면 삼성전자평택캠퍼스 1기 생산라인 가동으로 월평균 1만2천 개의 일자리 창출과 월평균 500억 원의 지역 경제 파급효과, 지방세 250억 원 이상 세입 증대 효과와 15만여 명 이상의 직간접 고용이 이뤄지고 있다.

이번 투자로 2기 생산라인으로의 기대효과는 생산유발효과 163조 원과 고용유발 44만 명, 연간 세수확보 1천억 원,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함에 있어 명실상부한 한국 경제 및 세계 반도체 생산의 중심지이며 그 투자가치는 더욱 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80년대 삼성날을 2020년 삼성DAY로 평택에서 재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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