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폭염이 시작되면서 빈곤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생계 곤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때 이른 폭염까지 찾아와 쪽방촌 주민들이 이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며 낮 한때 최고기온이 32℃까지 올라간 10일 쪽방촌 일대에는 평일임에도 일을 나가지 않고 무더위에 방 안으로 대피한 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주로 노인정, 경로당 등 각 지역마다 폭염을 피할 수 있는 쉼터가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이러한 시설은 감염 예방을 위해 문을 닫은 상태인 데다, 쪽방촌에 조성돼 있는 무더위쉼터 역시 이번 여파로 일시적으로 폐쇄돼 이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쪽방촌 주민들은 단위당 가장 비싼 임대료를 내면서도 최소한의 주거환경도 보장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좁은 면적에 밥을 해먹을 공간도, 샤워실이나 화장실도 재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안전을 문제 삼아 자치단체가 쪽방을 강제적으로 폐쇄하는 법적 조치를 검토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많은 쪽방 주민들이 거리로 내몰리게 돼 마냥 적극적인 단속을 벌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도리어 갈수록 주거비용이 가파르게 올라 주거 난민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현재 주거환경이 열악한 쪽방촌 주민들은 대부분 40대 중년층부터 80대 노령층인 데다, 건설현장 노동일이나 일용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줄면서 생계조차 막막하다. 더욱이 상당수가 기초수급자이고 혼자 사는 사람들로, 일자리도 없거니와 설사 일자리가 생겨도 국가에서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지 못하게 될까봐 이래저래 고민이다. 따라서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폭염 대책을 무더위쉼터에서만 찾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정부가 쪽방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조적인 방안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혹서기 또는 혹한기마다 많은 정치인이 얼굴을 내비치는 장소로 쪽방을 활용했지만, 정작 쪽방촌 등 주거 난민을 위한 근본 구조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없었다. 쪽방촌 등 소외계층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거창한 주택공급 정책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주거환경 지원대책을 마련해 주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힘없고 소외당하는 이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복지국가로 거듭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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