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면 모르겠지만 눈앞에 보이면 쓸 궁리가 생기는 게 돈이다. 그래도 쓰지 말아야 할 돈이 있다. 아이들에게 들어갈 돈이다. 그런데 인천시가 아이들에게 쓰여야 할 돈을 다른 곳에 쓰려고 해 문제가 되고 있다. 바로 무상급식비다.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교급식을 못한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무상급식 예산을 활용해 친환경 고품질 쌀로 구성된 ‘농산물 건강 꾸러미’를 지급했다. 1인당 3만3천 원 상당의 강화 친환경 쌀 10㎏으로, 이달 초부터 지역 학생 31만6천여 명에게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구성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너무 빈약해 학부모들 사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울산과 부산은 잔여 무상급식비에 교육청 예비비를 추가해 학생 1인당 10만 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서울시와 대전시, 세종시 그리고 경기도 등은 학생 1인당 10만 원 상당의 농산물 꾸러미와 여기에 농협몰 포인트까지 얹어서 지급하고 있다. 제주도는 잔여 무상급식비뿐 아니라 복지예산을 더해 ‘교육희망지원금’ 명목으로 1인당 30만 원씩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림짐작만으로도 이들 지역은 인천보다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10배 가까이까지 지원하고 있다. 당연히 학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할 만하다. 

등교개학이 연기되면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지역 초·중·고교생 31만8천 명에게 공급하지 못한 무상급식비는 총 234억 원(시 24%, 교육청 61%, 군·구 15%)이다. 이 중 농산물 꾸러미로 사용한 예산은 105억 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129억 원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다른 지역은 무상급식비를 모두 학생들에게 쓰거나, 다른 예산을 얹어서 지원하고 있는데 말이다. 마침 지난 10일 인천시의회에서는 도성훈 교육감을 상대로 돈의 행방을 묻는 시정질의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도 교육감은 "시에서 추경에 편성해 집행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학생들에게 쓰일 돈을 인천시가 다른 곳에 쓰겠다는 것을 공표한 셈이다. 아이들에게 쓰일 돈을 다른 곳에 쓰겠다는 인천시의 행태도 이해되지 않지만 인천 학생들을 책임지는 교육감이 시에 한마디도 못하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아무리 무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더라도 이미 주인이 정해진 예산이다. 시는 아이들 무상급식비에서 당장 손 떼라.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온전히 아이들에게 지원해야 한다. 그게 예산 운용의 민주적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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