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사)인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김용식 (사)인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우리나라 정치는 어떤가. 잘 돼 가고 있는가? 이러한 물음을 던진다면 잘되고 있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을 위해 생산적인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과 진영은 스스로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가치를 중심으로 한 대립과 갈등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협과 승복을 통해서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만들어 내는 것이 정치가 아니던가. 국회의원 숫자를 믿고 늘 밀어붙이거나 국회의원 숫자가 모자라서 어쩔 수 없다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계속한다면 국민들의 정치혐오는 계속될 것이다.

 국가의 주요현안 혹은 지역발전 방안에 대해서는 여당 야당 편가를 때가 아니다. 화합하고 힘을 모아도 각종 현안의 걸림돌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선거에는 승자와 패자가 반드시 존재한다. 하지만 승패에 매몰되어 갈등만 지속된다면 그것은 국가에도 국민에도 정당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들의 선택에 따른 승패는 늘 변화하기 때문이다. 다수당은 인내와 포용력으로 끌어안을 넓은 도량이 필요하다. 소수당은 무슨 이유로 국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는지를 생각하며 근본이 되는 가치를 지켜나가면서도 협조할 것은 협조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총선 끝난지 2개월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도 정당 간의 갈등으로 여러 현안 해결에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하다. 정당 간의 갈등구조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각 진영에서 핵심지지층만을 바라보고 정치를 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자신들의 핵심지지층에서는 아무리 국민적 지탄이 되는 일을 해도 감싸주고 그 이외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없는 것도 만들어서 비난 한다면 이것이 어찌 정상적인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아카시아 꽃이 지고 있다. 아카시아 꽃은 잎새 틈에 다소곳이 숨어서 보일 듯 말듯 타래를 늘어뜨리고 새하얀 빛깔을 수줍게 감추고 마치 소복한 여인이 몸을 사리는 모습으로 교태를 숨긴다. 이 모습에서 누구든지 아카시아 꽃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아카시아 뿌리는 다른 나무의 뿌리를 타고 들어가 힘들여 빨아올리는 영양분을 가로챈다. 결국 아카시아 옆의 나무들은 영양실조에 걸려 시들시들 죽어가고 아카시아 나무만 번성해 숲을 이룬다. 이렇게 아카시아 뿌리가 하는 짓을 안다면 더는 아카시아 꽃을 좋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카시아 꽃이 진한 향기를 내뿜듯이 소신보다는 아첨과 곡학아세를 일삼는 정치인들이 국회의원으로 국정을 논하는 나라가 되는 것을 국민들은 원하지 않는다. 소속 정당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자기소신을 피력하고 뜻을 굽히지 않는 용기 있는 국회의원을 요구한다. 소속정당으로부터 불이익이 두려워 소신을 피력하지 못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다. 국민들은 선거 때 도와준 지지자들의 눈치나 보며 들어오는 청탁 또는 이해관계에 얽힌 각종 민원을 뿌리치지 못하고 환심 사기에 급급한 국회의원보다는 갈등과 진영을 넘어서 타협과 화합하는 국회의원으로 어려운 경제난 속에서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들 삶을 어떻게 해결해줄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주는 국회의원이 돼주길 바란다. 

 그동안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온 국회의원들 이제 새롭게 태어나는 자세로 진정 국가와 지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과 수녀가 한강에 빠졌을 때 국회의원 신분 때문이 아니라 한강물이 오염되는 것을 염려하여 국회의원을 먼저 끌어낸다는 명예스럽지 못한 유머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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