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 마을을 살릴 묘책? 공동체의 힘
상태바
‘다락방’ 마을을 살릴 묘책? 공동체의 힘
  • 기호일보
  • 승인 2020.06.15
  • 1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인천2호선 서부여성회관역에서 석남어린이공원을 지나 오르막길을 쭉 오르다 보면 닿는 곳, 석남3동 다락방지구다. 인근에 위치한 유명 기도원의 이름을 본떠 이렇게 부른다. 한쪽에는 노후주택 30여 채에 50여 가구가, 다른 한쪽에는 신축빌라 단지에 180여 가구가 모여 산다.

마치 도시발전의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를 한 프레임 안에서 보는 느낌이다. 지난해 8월 중순, 이곳 마을 주민으로부터 ‘우리 동네 빈집이 늘어나요’란 제목의 민원이 접수됐다.

내용을 살펴보니 문제가 심상치 않았다. 공유지와 사유지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매매가 쉽지 않은데다 땅주인과 집주인이 서로 달라 수리하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살던 사람이 이사를 나가면 그 집은 방치되기 일쑤였다. 빈집은 금세 흉물스럽게 변해갔다. 기운 담벼락, 내려앉은 지붕, 부서진 창문, 무성한 풀숲, 어지럽게 늘어선 전신줄에 심지어 남의 집 대문을 통해서만 내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이해 불가능한 구획까지… 1970년대 시골보다도 못한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앞집이 언제 무너질지 몰라 늘 불안하다’는 주민의 호소가 마음 아팠다.

담당 부서인 도시재생경관과가 나서 즉시 현장을 방문했다. 동시에 원활한 소통을 위해 도시재생활동가를 배치, 주민과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정기적으로 만들었다. 터놓고 얘기하는 자리를 만드니 애로사항이 물밀 듯 쏟아졌다.

기도원 방문 인파로 인한 주차 문제부터 앞서 언급된 마을 정비에 턱없이 부족한 편의시설까지 만남을 거듭할수록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란 생각이 들었다. 서구가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을 주민분들에게 이해시켜드리는 것 또한 시급했다. ‘싹 밀어내고 새로 지으면 안 되나?’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주민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해 기존 공동체를 무너뜨릴 뿐이었다.

종전의 재개발사업이 다수 실패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서구는 기존의 것을 최대한 살리되 생태적·문화적·경제적 요인을 덧입혀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는 ‘서구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 다락방지구와 관련해서도 주민과 도시재생활동가, 담당 공무원에 나까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속도감과 효율성을 고려한 도시재생전략을 다각도로 추진해 나가는 중이다.

원활한 도시재생을 위해선 무엇보다 주민들끼리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끊임없이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함께하는 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서구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사업’에 공모, 두 개의 마을공동체를 만들었다.

그렇게 어르신이 주가 돼 마을 가꾸기 사업을 진행하는 ‘다락방지구’와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50여 명이 넘는 아이들이 모여 독서체험·자연친화 활동을 펼치는 ‘꿈의 뜰’이 구성됐다. 공동체를 이루면서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목소리가 한데 모여 목표는 더 뚜렷해졌고, 열정은 더 커졌다. 서구의 세심한 지원도 채워졌다.

거점공간으로 사용할 컨테이너를 구유지로 옮겨 깨끗이 정비한 후 전기를 연결했고,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던 간이화장실 2조도 교체했다.

마을 경관을 위해 4종 600본에 달하는 화초를 심고,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눌 정자도 설치했다. 덕분에 한결 살만해졌다고 하시니 내가 더 감사할 따름이다.

며칠 전, 이른 더위에 잘 지내시는지 궁금한 마음에 다락방지구를 찾았다.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보면서 터키 이스탄불 발랏(Balat) 지구가 미래 모습인 양 떠올려졌다. 형편이 어려운 현지인들과 그리스인, 이스라엘인 등 타민족이 어울려 사는 발랏의 모습이 다락방지구와 참 많이 닮은듯하다.

이곳을 살릴 묘책에 대해서도 여러 방안이 떠올랐다. 예를 들면 빈집을 활용해 공동체가 운영하는 실버카페를 만들어보는 거다. 주민들에게 만남의 장소가 되는 동시에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앞서 이뤄진 지원이 도시재생 1단계라면 공동체 카페 운영은 2단계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주민 그리고 도시재생활동가의 생각과 행동이 겹겹이 더해지면 ‘다락방’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관광요소를 만들어내는 3단계를 거쳐 젊은이들이 새로운 일자리와 창업을 위해 이곳을 찾아오는 4단계 프로젝트까지 수월하게 해낼 수 있지 않을까?

빈집을 예술가들의 활동 무대로 제공해 골목골목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도 가능할 테다. 지금 다락방지구에 가장 필요한 것은 공동체의 조화다.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도시재생활동가와 전문가의 아이디어에 서구의 세심한 행정 지원이 더해지면 어느 곳과 견주어도 부족함 없는 ‘아름다운 공동체’ ‘의지하는 공동체’ ‘활력 있는 공동체’가 만들어질 거라 믿는다. 다락방지구에서 피어날 탐스러운 행복공동체를 한껏 기대해본다.

기호일보, KIHOILBO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