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원도심에 설치된 한 '폭염 그늘막'에 각종 적치물이 보행자를 대신하고 있다. /사진=김종국 기자
인천지역 원도심에 설치된 한 '폭염 그늘막'에 각종 적치물이 보행자를 대신하고 있다. /사진=김종국 기자

낮 기온이 30℃ 가까이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길가에 있는 ‘폭염 그늘막 쉼터’가 각광받고 있지만, 원도심은 이마저도 설치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예산 문제도 있지만, 신도시에 비해 그늘막을 설치할 인도의 물리적 공간이 상대적으로 협소해서다.

16일 인천지역 기초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강화·옹진군을 뺀 8개 구에서 2017년부터 올 현재까지 사거리 도로변 횡단보도 앞에 설치한 그늘막은 890여 개에 이른다. 구별로 보면 연수구가 220여 개로 그늘막 설치율이 가장 높고 서구 200여 개, 중구 140여 개, 남동구 130여 개, 미추홀구 70여 개, 동구 40여 개, 부평구 30여 개, 계양구 20여 개 순이다.

이 같은 구별 격차는 고가의 그늘막(1개당 150만∼160만 원)을 자체 재원으로 조달할 수 있는 구의 재정 여력과 까다로운 그늘막 설치 요건을 충족하는 장소의 확보 여부에 기인하고 있다. 또 설치 여부와 설치 장소를 묻는 사전 수요조사 때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는데, 상대적으로 노인인구가 많은 원도심은 조사단계부터 호응도가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파라솔 업체들이 구에 납품하는 접이식 그늘막은 높이가 3m 이상 펼쳤을 때 지름이 3∼5m 내외로, 지름 4∼5m가 최근 대세를 이루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그늘막 설치 및 관리 지침을 통해 가급적 도로의 폭이 최소 4m 이상인 주요 간선도로변 횡단보도에 인도 폭이 최소 3.5m 이상인 곳에 그늘막을 설치하라고 기준을 제시했다. 인도 폭이 3m가 안 되는 곳에 지름 4m의 그늘막을 설치하면 그늘막 끝부분이 도로로 튀어나와 교통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또 그늘막 설치로 보행자를 비롯해 장애인의 통행을 방해해서도 안 되며, 멀리서 오는 차량의 시야 확보도 필요하고 주변 상가의 간판 등을 가려서도 안 된다. 아울러 그늘막이 주변 건물에 그늘을 생기게 해 일조권을 침해해서도 안 된다. 땅에 매립된 시설물이 있으면 설치 장소를 아예 바꿔야 한다.

결국 그늘막 설치 주변의 인도가 장애물 없이 탁 트인 공간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노후화된 원도심에서는 이 같은 공간 확보가 녹록지 않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한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는 "전체 그늘막 설치 숫자를 봐도 원도심이 그늘막 설치에 불리하다"며 "그늘막 설치를 매년 늘리고 있지만 주민들이 원하는 곳에 다 설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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