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휴가는 집에서 그냥 쉬어야 할 듯싶다" 

연일 30도가 넘은 무더위가 시작됐다. 그 말은 곧 여름휴가 시즌이 다가왔다는 뜻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올 여름휴가 모습은 예전 같지는 아닐 듯하다. 평소처럼 국내외 여행, 산, 바다, 대형 쇼핑몰 등 다양하게 휴가를 보내왔던 전통적인 방식이 더 이상은 재현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직까지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발생되는 가운데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어찌 보면 여름휴가를 걱정하는 것은 행복한 고민일 수도 있다. 몇 달 사이 주변을 돌아보면 비자발적으로 백수 신분으로 변화된 이들이 많다. 그들에게는 휴가라는 개념이 당분간은 없기에 흔한 사치에 불과할 수 있다. 

소위 밥 벌어 먹는 일이 요즘은 힘들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3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름휴가 계획 조사에 따르면 51.3%가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2명 중 1명은 휴가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휴가계획이 없는 이유(복수응답)로는 59.7%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황 악화로 여력이 없다’, ‘여행비 등 경제적 부담’(11%) 순이었다. 

소위 직장에서 가장 높은 직급인 대표들도 이번 휴가는 대부분 못 갈 듯싶다. 도내에서 30년째 제조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올해 들어서 휴가라는 단어조차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라며 "IMF와 리먼사태 때도 잘 견디며 버텄는데, 혹 만약에 휴가가 생기면, 아마 영원히 쉬는 타이밍이 되지 않을까"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만큼 현재 상태가 위기라는 뜻이다. 아마 폐업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6개월 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고, 변하는 중이다. 평소처럼 늘상 오던 여름휴가가 이번에는 지난 휴가 때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추억할 수밖에 없다. 

인생에서 6개월이라는 시간은 사라지는듯 싶기도 하다. 흔한 일상은 추억이 됐고, 그러기에 더 진한 슬픔으로 스며든다. 하지만 오늘도 추억은 계속 이어지고, 그 안에서 또 다른 희망은 피어나고 있다. 내년 이맘때쯤엔 평범하고 흔한 여름휴가 계획을 다시 세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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