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정부가 또다시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잠시 안정세를 보였던 집값이 최근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규제지역을 늘리고 갭투자 방지 방안을 포함한 종합적인 금융·세제 대책을 포함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이미 21번에 걸친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또다시 대책을 내놓은 것을 보면, 효과적인 부동산 대책 수립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실감이 간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회에 제출된 소위 ‘임대차 3법’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임대차 3법’은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 청구권제를 주요골자로 하며, 주택임차인 보호를 주된 취지로 한다. "셋방살이 설움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라는 말이 있듯이 주택임차인을 보호하고 주거 안정을 도모해야 할 필요성은 매우 중대하고도 절실한 과제이다.  

‘임대차 3법’의 주요골자에 대해 들여다보자. 

첫째, 전월세 신고제란 전월세 계약 내용을 행정관청에 신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대료 상승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반대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전월세 거래의 투명화 등 장점이 많으므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오히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마저 있다. 둘째, 전월세 상한제란 전월세를 인상할 때 연 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월세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한 임차인의 과도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이다. 이에 대해 ‘반시장적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생각건대,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재화와 서비스 가격은 원칙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 즉, 정부는 가격 형성에 대한 개입을 최대한 자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전월세 인상 한도를 법으로 정하는 것은 타당성 측면과 실효성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연 5%’라는 수준이 적정한 것인지도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고, 이를 유연하게(flexible)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셋째, 계약갱신 청구권제란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원할 경우 임대인은 1회에 한해(2년+2년) 이를 의무적으로 수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윤후덕 의원안). 

그런데, 최근 임대인이 무기한으로 계약 갱신을 해주도록 하는 법안(박주민 의원안)이 제출돼 논란이 더욱 가열됐다. 이를 두고 "집주인의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반발이 거세다. 박주민 의원은 외국 사례, 예외규정 존치 등을 들면서 "재산권에 대한 ‘합리적 제한’이지 ‘침해’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재산에 대한 권리 중 대표적인 것이 물권(物權)과 채권(債權)이다. ‘매매는 임대차를 깨뜨린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물권’이 ‘채권’보다 우선적 효력을 지닌다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로서 로마시대부터 전해져 오는 법언(法諺)이다. 임차인 보호 필요성이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채권으로 물권의 효력을 무력화하는 일이 허용돼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민법의 근본체계를 뒤흔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주택의 사용·수익을 위해 채권계약으로서의 ‘임대차제도’보다 물권계약으로서 ‘용익물권제도(전세권)’가 더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각종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전세’는 그 실질이 ‘임대차’이지 ‘전세권’이 아니다.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지급한 ‘보증금’을 어떤 경우에라도 떼이지 않고 확실히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임차인 보호를 위해 핵심적이고 절실한 과제이다. 

임차인들이 부동산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 대부분은 ‘임차인의 불안정한 지위’를 벗어나고자 하는 데서 비롯된다. 특히 ‘보증금을 떼일 리스크(risk)’를 회피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 

따라서, 만일 임차인이 보증금을 확실히 돌려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준다면 임차인들의 부동산 소유 욕구가 완화될 것이고, 결국에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게 될 것이다. 향후 부동산 시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재편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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