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중구 인성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18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 두기를 유지하며 졸업앨범 개인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인천시 중구 인성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18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 두기를 유지하며 졸업앨범 개인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너가 1반 마지막 번호니? 붙어 있지 말고 거리 두기 해야지."

지난 15일 오전 9시 30분께 인천시 중구 인성여자고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채 강당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던 학생들이 교사의 목소리를 듣자 다시 앞뒤 간격을 두고 줄을 서기 시작했다. 교사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명단을 확인하면서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잡는 학생들을 웃으며 지켜본다. 코로나19로 달라진 졸업앨범 사진 촬영 풍경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유·초·중·고교의 등교개학이 미뤄지면서 학교 졸업앨범을 제작·판매하는 사진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18일 인천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에 따르면 내년 2월 졸업식 때 앨범을 졸업생들에게 나눠 주기 위해서는 적어도 올 3∼4월에는 사진 촬영을 시작해야 하지만, 등교개학이 연기되면서 교내 학사일정에 따라 촬영 날짜를 확정하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수련회와 체육대회 등 상반기 교내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앨범에 채워 넣을 분량의 사진도 모자라는 상황이라 더더욱 남은 촬영 일정을 서둘러야 한다.

5월 20일 등교수업을 먼저 한 고교들은 이제라도 하나둘 촬영을 진행하는 추세지만, 초교와 중학교는 아직 논의조차 못한 곳이 많다. 보통 100명이 훌쩍 넘는 학생들을 통제하며 촬영을 해야 하기에 교직원들 사이에서 방역에 대한 우려가 큰 탓이다.

이에 따라 이날 인천사진앨범조합과 인성여고는 거리 두기 지침을 따르면서도 졸업앨범 사진 촬영이 가능한 그들만의 방안을 고안했다.

기존에는 학생들이 한 개의 촬영세트장 앞에 각 반별로 줄을 선 후 자기 차례에서 자유포즈 사진과 정자세 사진을 한 번에 촬영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진 포즈별로 세트장을 3개까지 설치해 촬영을 따로 진행하는 방식을 도입, 학생들이 한 공간에 오래 머무르지 않도록 동선을 배분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밀집되지 않도록 각 교실에서 대기하고, 자기 차례에 맞춰 한 명씩 강당으로 나와 촬영했다.

또 강당에 도착한 학생들이 줄을 서는 동안 거리 두기를 할 수 있도록 바닥에 안내 표시를 했으며, 공동 사용 물품을 최소화하기 위해 늘 사용하던 의자를 치우고 서서 촬영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였다. 아울러 복잡한 동선을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1반 학생들이 먼저 촬영하는 모습을 다른 학생들에게 실시간 방송으로 중계해 오전 중 촬영을 모두 마칠 수 있었다.

정태민 인천사진앨범조합 이사는 "단체사진은 거리 두기 제약이 커 개인사진만 우선 촬영했는데, 학교의 적극적인 협조로 방역수칙을 지키며 촬영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며 "이런 방식으로 촬영하는 건 처음이지만 학생들이 잘 따라줘 빠르고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었고, 앞으로 이 방식으로 졸업앨범 촬영이 이뤄져 코로나19 속에서도 학생들의 학창시절 추억을 담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준 인성여고 교장은 "요즘 학생들은 졸업사진 콘셉트도 스스로 구상하고 촬영소품도 다양하게 동원하는 등 이벤트 규모가 점점 커지는 추세라 방역지침을 잘 지킬 수 있도록 특히 신경 썼다"며 "이번 개인사진 촬영에 대한 학생들과 교직원, 사진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을 검토해 남은 촬영 일정도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끝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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