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 인천공예협동조합 이사장
윤성국 인천공예협동조합 이사장

문인의 지배 하에 수백 년 넘는 세월을 천대받던 ‘쟁이’들이 일제식민지와 군사독재시절을 거치는 시절에 최고의 호황기를 맞았다는 사실 또한 지독한 아이러니 같기도 하다. 자신의 목표보다 그저 끼니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던 시절을 이겨내고 기회와 성장 속에 전성기를 구가했음에도 학문의 배움이 짧아 실력을 철학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세대들은 지금 어떻게들 살고 있을까? 

 1960~1980년대 호시절을 지나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IMF외환위기에 수출 및 내수경기 침체까지 겹쳐 일감은 현저히 감소했고 그 여파로 인해 조기은퇴 후 이직, 전직을 한 ‘쟁이’들이 부지기수다. 현장에 있어야 할 ‘쟁이’들이 식당에서 밥 배달을 하거나 트럭운전을 하는 등 하나둘 떠나니 보고 듣고 배운 것이 부족한 다음 세대로의 대물림은 누가 어떻게 하나? 라는 큰 걱정거리에 봉착한 것이다.

 공예분야는 사람이 가진 것이 전부인 특수한 분야로서, 사람이 떠나면 사람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술, 문화, 정신까지 사라진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공예인들의 개체는 1960년을 기준으로 그 이전 태생들이 그 이후 태생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우리나라가 인구절벽 시대에 이르기 전, 이미 공예인들의 고령화와 조기은퇴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돼 왔고, 최근 몇 년 사이 가속화 된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 누구 하나 그러한 문제와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 역시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일반 직장인 기준으로 보면 이미 정년이 지난 분들도 많겠으나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인 공예분야 특성상, 일을 하고 싶어도 일감이 없어 조기은퇴를 할 수 밖에 없는 것과 최고의 기술을 물려받을 젊은 세대가 없다는 점은 우리의 불행이 돼가는 중이다. 한 분야에 30년, 50년을 종사한 전문가들이 필요 없을 만큼 우리 사회가 기술적으로 문화적으로 완성되었나? 라고 누군가 내게 물어온다면, 아직 아니라고 밖에 답할 수 없다는 것이 가슴 아플 따름이다.

 공예는 머리보다 몸으로 기억해야 하는 학문으로서 글, 그림, 사진보다는 손에서 손으로, 사람이 사람에게 전수해야 그 분야가 가진 철학과 진정성이 함께 전달되는 분야인데 진정 안타까운 건, 전문가 집단의 고령화로 전문 인력의 개체가 급속히 줄고 있다는 점과, 선배와 후배세대간 대물림의 과정에도 세월이 아주 중요한 요소이건만 대물림을 위해 남아있는 시간이 고작 3~5년 정도라는 것이고, 이 골든타임마저 놓쳐버리면 대는 영영 끊기고 말게 될 것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안타까운 것이다.  속도 위주의 빠른 세상에 우리생활 전반은 편리한 도구들로 채워져 가지만 인간의 본성이 아름다움과 깊이를 추구하는 만큼, 공예는 인류의 미적 관점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을 분야이며 절대 사라져서는 안 될 분야이기도 하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정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 ‘쟁이’라는 이름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전문가로서 일한만큼 돈을 버는 모습을 보여 가치를 증명해야 하고, 뽐내지 않고도 장인정신을 드높일 수 있어야 하며, 대중화 일반화에 힘써 다음 세대로부터 롤 모델이 되어야 한다.

 그밖에 공예분야를 지원해야 할 책무가 있는 공직사회는 지난 2014년, 공예문화산업진흥법이 제정된 만큼 그간 이재에 밝은 상위 몇 %만 혜택을 받는 소위 ‘카르텔’ 양산을 방관하고 바쁘게 사는 쟁이들을 오라 가라만 했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정책개발과 제도개선에 앞장서고 다음 세대로의 대물림 역할분담에 동참함으로 공직사회도 국민이자 시민인 ‘쟁이’들 편이라는 신뢰를 재구축 해야 한다.

 결국 ‘대물림’ 이라는 건 우리 자신 자아(ego) 또는 정체성(identity)이며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업이라는 사명을 가지고 힘을 모아야 완성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 보는 바다. "이보시게~ 배웠으면 남 줘야지, 싸 짊어지고 갈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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