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재 오산포럼시민단체 회장
이권재 오산포럼시민단체 회장

파국행 열차를 세우려는 노력은 남북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 오래된 저서 중에 「백 년 동안의 고독」이라는 책이 있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족보가 너무 어려워 족보 자체를 가져다 놓고 읽어야 하는 책이지만 읽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지금은 이름조차 다 잊어버린 그 책 속에 살았던 사람들, 그러나 중요한 내용은 기억하고 있다. 전쟁이 가져다 주는 비극과 허무는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도 동족 간의 참혹한 전쟁이 있었다. 지난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발생한 전쟁이다. 수백만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전쟁에 동원된 나라는 남한에서는 한국을 포함해 18개국이며 북한에서는 북한을 포함해 3개국이 참전했다. 21개국이 한반도 안에서 전쟁을 벌이면서 한국사회는 천재지변에 가까운 참상을 겪어야만 했다. 그리고 7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휴전상태로 북한과 대치 중이다. ‘휴전’이라는 말은 잠시 전쟁을 쉬어 간다는 의미이지 전쟁이 완전히 끝났다는 것이 아니다. 덕분에 우리의 국방백서에는 한국의 주적으로 북한이 명시돼 있다.

감정적으로 북한은 우리 동포이고 앞으로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또 하나의 우리라는 생각이 들지만 현실에서 북한은 분명한 우리의 주적이다. 그동안 이런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하는 많은 사람들이 대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이러한 노력들이 성공한 적은 없다. 다만 잠시 남북관계가 좋아져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가동, 6·15 남북공동선언 등이 가동된 적은 있으나 언제나 끝은 단절이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이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남한과 북한 사이에 끼여 있는 그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어가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언제나 정답은 ‘아직’이라는 단어로 귀결된다. 아직 우리 스스로가 외국의 간섭에 굴하지 않고 우리 문제를 자주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국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도 북한에 대한 가득 찬 증오를 부추기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이를 이용해 정권을 잡으려는 세력과 연장하려는 불순한 세력들도 남아 있다. 또한 ‘아직’까지도 북한의 신뢰할 수 없는 도발적인 행동들도 있다.

북한은 그들이 왜 화가 났는지조차 똑바로 말하지 않고 툭하면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무력도발을 시도하고 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의 도발을 묵과할 정부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한국은 과거 한국이 아니다. 핵전력을 제외한다면 세계 6위의 군사대국이며 지금도 방위비 지출 세계 7위에 해당하는 전쟁 준비 국이다. 결코 북한이 쉽게 도발할 수 없는 나라이다. 도발은 결코 대화의 전제조건일 수 없다. 특히 무력도발은 희생자만 양산할 뿐이다. 개인이 됐든 국가가 됐던 문제가 있으면 대화를 통해 선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정상적인 21세기에 존재하는 국가의 모습이다.

북한이 세계 속에서 정상적인 국가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먼저 선한 마음으로 대화를 하고자 하는 남한의 시도에 대해 응답하야 한다. 그것이 파국을 막는 지름길이다. 북한의 도발은 파국으로 가는 급행열차에 올라타는 것과 다름없다. 파국행 열차의 종착점은 우리 국민의 희생만으로 끝이나는 것이 아니고 김정은 정권의 몰락도 함께 있는 것이다. 이 열차를 멈춰 세우기 위해 남북한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