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져야 할 자들이 사라진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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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져야 할 자들이 사라진 사회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역사소설가
  • 기호일보
  • 승인 2020.06.25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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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미국에서 발생한 플로이드 살해 사건과 이를 계기로 일어난 항의 시위, 31주년을 맞은 6·4천안문 사태와 소위 ‘홍콩 국가보안법(홍공보안법)’의 전인대 통과를 둘러싼 시위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이 몹시 착잡하다. 

시위는 의도하지 않게 일부 파괴와 폭력성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세계의 양대국(兩大國) 지도자란 인물들이 이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시답지 않다는 말이다. 백악관 로즈가든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싸잡아 테러집단으로 몰아붙였다. 자신은 법과 질서 수호자로서 나약한 주지사들을 대신해 연방 군대를 동원해 진압하겠다고 선언했다. TV 화면을 보면 평화적 시위보다 도심이 불타는 장면과 약탈·폭력 모습이 끔찍할 정도이니 누군가 질서를 잡아야 한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책임져야 할 자들은 온 데 간 데 없고 남은 건 화염과 연기가 만드는 공허한 메아리뿐, ‘나를 보호해줘야 할 공권력’은 기대하기 힘든 지경이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사회비평가 허지원(許知遠)이 「독재의 유혹」에서 밝힌 것처럼 "천안문의 총소리가 당(黨)에 대한 순진한 환상을 날려버렸고 이 나라에 대한 우리의 사랑은 장갑차에 막혀 주저앉고 말았다." 일제와 타락한 장개석으로부터 인민을 해방시키고 나라를 세운 공산당이 인민을 향해 탱크를 들이대고 총을 쏘았다는 것 자체가 중국인들에게는 너무도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총리 리붕, 국가주석 양상곤이 진압강경론을 펴고 최고 권력자 등소평이 무력진압을 허락했다는 31년 전 천안문 사태는 아직도 망령처럼 대륙을 떠돌고 홍콩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나 그 정신적 가치는 중국과 홍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거대 제국의 탄생과 성장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구성원들 사이에 통합의 정신이 살아있어야 한다. 반면 몰락의 시기는 분열과 갈등이 터지고 증오와 혐오가 얼룩진다. 역사학자 피터 터진이 언급한 ‘아사비야’. 아사비야는 14세기 아랍의 사상가 이븐 할둔이 사용한 개념으로 동질감, 연대의식, 집단 결속력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아사비야는 구성원들 사이에 협력의 역량으로서 국가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지만 몰락의 징조가 나타나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결국 아무리 힘이 센 거대 제국이라 할지라도 인민들의 어깨 위에서 건설되고, 성장하고, 위대해지지만 인민들이 더 이상 어깨로 지탱해주지 않으면 끝장이 나게 마련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탈이 시작되면 발포도 시작될 것’이라는 트윗을 날리고 한 교회를 찾아가 성경책을 들고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정치쇼를 보며 허탈감을 느낀 이가 한둘일까?

리붕, 양상곤, 등소평, 시진핑으로 대변되는 중국 공산당의 독재적 행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들이 지배했던 사회나 지배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반대 목소리를 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자칫 목숨을 걸어야 하고 사회적 생매장은 불 보듯 뻔하다. 작금의 미국도 시민을 죽였고, 시민은 폭력 2호로 맞대응했다. 그러자 대통령이란 사람부터 그 흔한 정치적 립서비스 한마디 없이 군대라는 폭력 3호로 겁박한다. 이런 사태가 언젠가 끝나겠으나 분명한 것은 중국이나 미국이라는 사회가 갈등과 분열, 증오와 혐오를 대화로 풀 수 있는 사회적 포용력을 잃어버렸고 이를 제대로 다룰 정치적 리더십은 안개 속에 빠졌다는 것이다.

G2, 지금 세계를 이끄는 양대국은 몰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니 몰락의 나락으로 급속히 다가가고 있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에게 잔혹하리만치 대하고 뻔뻔스럽게 그 책임을 타인이나 외국에 다 돌리는 리더십으로 사태를 미봉할 수 있다고 보는 천박함까지 어쩌면 망했던 역사 속의 제국 모습을 그대로 빼닮았는지 놀랍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어떤 체제 전환을 이뤄내야 할 것인가? 이 거대한 국면 전환의 시기에 이제까지 추격국가로 살아온 한국이 선도국가가 되는 방법이 뭘까. 

이 변화에는 정치를 비롯해 각계 리더십의 성찰과 반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책임져야 할 자들이 사라진 사회가 초래하는 위기와 파탄을 절실히 느껴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사회 건설에 함께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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