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급식하지 못한 인천지역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지급된 쌀 꾸러미가 지역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라와 행정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24일 인천시에 따르면 개학 연기로 학교급식을 못한 지역 내 초·중·고교 학생 31만6천여 명에게 무상급식비 예산의 일부를 활용해 ‘농산물 건강 꾸러미’를 지급했다. 꾸러미는 1인당 3만 원 상당의 쌀 10㎏(강화섬쌀 5㎏, 강화친환경쌀 3㎏, 찹쌀 2㎏)으로 구성됐다. 시는 이달 초부터 각 군·구를 통해 순차 배송을 시작해 이달 내 지급을 완료할 계획이다.

순차 배송이 시작되자 지난 15일께부터 온라인 중고 판매 사이트인 당근마켓에 인천 쌀꾸러미 판매글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주로 10㎏ 묶음에 2만∼3만 원의 금액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수구 선학동의 한 판매자는 강화친환경쌀(3㎏)과 강화쌀(5㎏)을 일괄 구매할 경우 2만5천 원까지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남동구 구월1동에 올라온 판매글에는 강화쌀과 친환경쌀(8㎏)을 2만 원에 직거래한다고 적혀 있었다.

부평구 부평5동의 한 학부모는 판매글에서 "시골에서 시댁 어른들이 쌀농사를 짓는 관계로 선물받은 강화섬쌀을 저렴하게 판매합니다"라고 밝히며 총 6만 원의 가격을 매겼다. 부평1동의 학부모도 "며칠 전 시골에서 쌀을 가져왔는데, 아이 학교에서도 보내 줘서 판매합니다"라며 쌀 10㎏을 2만 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꾸러미에 포함된 강화섬쌀이 저렴한 중고 시세로 판매되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쌀 소비가 떨어져 지역 내 쌀 농가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꾸러미에 구성된 강화섬쌀의 시중 판매가가 10㎏에 3만5천 원, 인천e몰 할인가격이 3만420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10㎏당 2만 원은 아주 저렴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쌀 꾸러미가 재판매되고 있다는 사례를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며 "지원된 현물을 재판매하는 것은 정책 취지와 맞지 않기 때문에 제재를 가할 법적 명분이 있는지 검토한 후 시교육청과 논의해서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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