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도시로의 정책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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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도시로의 정책 전환해야
박진호 인하대 건축학과 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06.29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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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인하대 건축학과 교수
박진호 인하대 건축학과 교수

인천의 도시개발 양상을 보면 원도심에서 청라·송도와 같은 근접 지역으로 대규모 확산된 양상이다. 이로 인해 원도심의 쇠퇴 및 붕괴로 인한 계층적·사회경제적 차별이 분명해지면서 도시 전체의 위화감과 불안정 요인이 되고 있다.

이렇게 원도심에 상처를 남기고 조성된 인천의 신도시가 과연 성공적이고 지속가능한 개발 사례로 역사에서 평가될지 의문이다. 원도심을 뒤로하고 조성된 신도시는 넓은 도로와 국적 없는 대형 유리건물들로 꽉 차 있다. 부동산 가치가 높아 잘 조성된 도시처럼 보이나 실제 공존과 상생의 도시인지, 쾌적한 환경과 친인간적 정주 여건을 갖춘 품격 있는 도시인지도 의문이다. 

대부분 신도시가 그렇듯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토지가 슈퍼블록으로 구획돼 있고, 용도별·기능별로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단순 기계적이고 기능적인 조합에 바탕을 둔 근대 초기 서구의 도시를 답습하는 형국이다. 도시가 시간과 함께 진화하면서 성장해가는 유기체와 같다는 개념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인간미가 전혀 없다. 

신도시 어디를 가 봐도 지역과 환경에 맞게 고심해서 개념과 원리를 세워 디자인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대규모 택지개발로 신도시가 조성됐기 때문에 기존 도시 조직이나 자연 환경적 조건은 당초에 반영돼 있지 않다. 특히 송도는 부지 조성 초기 단계부터 갯벌이나 해안 수변 등 지역적 특색을 반영하지 않은 매립에서 시작됐다. 그리고는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고밀도 아파트 단지와 공장, 대형 유통업체나 쇼핑몰 등이 기능적으로 분절돼 있다. 

고밀도 개발로 인해 도시성이 결여돼 있고, 보행자 위주의 도로 체계가 아니다. 슈퍼블록의 자동차 중심의 도로 체계로 구성돼 보행자에게는 걸어다니기 힘든 구조이다. 실제 신도시를 걸어 다녀보면 사람의 인적은 드물고 황량한 도로와 차뿐이다. 삭막한 가로풍경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자동차 이용 인구를 수용하기에 적절한 도로 및 주차장 계획이 우선시 돼 있다. 20세기 초 많은 서구 건축가들이 상상하던 그런 도시가 인천에 만들어져 있다. 

저녁시간이나 주말에만 상가나 쇼핑몰에 사람들이 조금 있을 뿐 평상시 도시 모습은 황량하기 짝이 없다. 많은 상가들은 텅 빈 채 오랜 기간 방치된 모습도 쉽게 발견된다. 신도시의 어떤 지역은 이미 도시 활기를 잃은 모습이다. 걸으며 사람도 만나고 가게를 들러 물건도 사면서 쉬어갈 수 있는 걷기 좋은 도시가 결코 아니다. 

신도시 주거형태는 고층 아파트뿐이다. 다양한 형태와 가격대의 주택이 골고루 분포해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면서 도시의 균형과 통합을 촉진하는 구조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도시 내 계층을 만들고 공간적 분열 상태를 조장하고 있다. 사회적 혼합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다. 시간이 흘러 재건축 시점이 오거나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더불어 도시의 슬럼화가 진행된다면 지금의 신도시는 향후 어떤 모습이 될까? 

이 모든 것이 단기 성과에 급급한 허술한 도시계획 결과다. 장기적 안목에서 부가가치가 있는 산업을 유치해 양질의 고용을 증대시키고, 더불어 쾌적한 주거 환경을 제공해 독립적이고 자족적이며 균형 잡힌 신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편히 도시를 걸어 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물건을 사는 일상을 느낄 수 있는 직주근접의 지속 가능한 도시로의 방향 전환이 답이다. 

무분별한 도시개발과 확장 그리고 도시재생이라는 상충되는 개념이 혼돈스럽게 공존한다는 것은 도시정책의 중대 오류가 아닐 수 없다. 대규모 신도시와 같은 무차별 개발 시대는 끝나야 한다. 지역적인 모습이 가장 세계적인 모습이다. 세계 다른 도시들을 모방하기보다는 인천만의 특색 있는 모습을 갖춰 진화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도시로의 정책 전환을 위한 돌파구 모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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