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 증상을 보인 어린이가 다수 발생한 안산시 상록수 한 사립유치원에서 일명 ‘햄버거병’으로 의심되는 환자 15명이 발생했다. 이 유치원에서 식중독 증상을 보인 111명 원아들 중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모두 22명에 이른다. 그런데 이들 입원 환자 중 15명은 장 출혈성 대장균으로 인한 합병증 중 하나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 의심 증세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또 이 가운데 신장 기능 등이 나빠진 5명은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국민 전체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이러한 일까지 일어나니 어처구니 없고 마음이 아프다. 

장 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은 제대로 익히지 않은 소고기나 오염된 음식 등을 먹었을 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감염 시 설사·복통·발열 등 증세가 나타난다. 1982년 미국에서 덜 익힌 패티가 든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 수십명이 HUS에 집단 감염되면서 ‘햄버거병’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햄버거병 환자 절반 정도가 투석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신장 기능이 망가져 완전히 회복되기 힘든 무서운 병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사실 속에 입원환자 가운데 5명은 HUS 증세로 신장 기능 등이 나빠져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도 2016년 당시 5세 어린이가 햄버거를 먹고 이 병에 걸려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며 부모가 한국맥도날드와 직원들을 고소했으나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경기도와 안산시 등은 이번 집단 식중독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역학조사 중인 가운데 조사 범위를 기존 식자재 등에서 학습 과정까지 확대했다. 지금까지 진행한 보존식과 환경검체 검사에서 장 출혈성 대장균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이번 식중독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 소재를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처를 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관련 당국은 매년 식중독 사고 때마다 예방 대책만 늘어놓지 말고 이로부터 우리 어린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농·축·수산물 판매장이나 업체, 학교, 음식점 등에 대한 위생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식중독 사고 발생 시 책임자에 대한 강력 의법조치가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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