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무기체계를 종합적으로 연구개발하는 국책연구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발생한 대량의 기밀 자료 유출 사건은 가히 충격적이다. 최고 수준의 기밀을 요하는 국가 핵심 보안기술들이 이토록 허술하게 관리될 수 있는지 중간 감사 결과만으로도 아연실색할 정도다. 군사기밀을 연구하는 국책기관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을 만큼 허술한 관리체계에 우려를 넘어 분노마저 치민다. 상급기관인 방위사업청이 최근 국방과학연구소를 상대로 감사를 실시한 결과 기밀 보안에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났다. 출입자들의 기술자료 유출 방지를 위한 보안검색대와 보안요원조차 운용하고 있지 않아 휴대용 저장매체와 출력물 무단 반출이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관리체계였다고 한다. 

 2016년부터 최근 4년여간 연구소를 퇴직한 1천79명과 재직자의 휴대용 저장기록을 전수 조사했더니 전직 수석연구원 2명이 퇴직 전에 각각 35만 건, 8만 건의 각종 자료를 빼돌려 휴대용 저장매체인 USB 또는 외장하드로 전송한 뒤 해외로 출국한 정황이 포착됐다. 다른 퇴직자 중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다수 포착된 것으로 알려려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료를 무단 복사하거나 USB 사용 흔적을 삭제하는 등 보안 규정을 위반한 재직자 중 23명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 밖에도 보안규정상 보안관리 총괄부서가 퇴직 예정자 보안점검을 하도록 명시돼 있었지만 최근 3년간 단 한 차례도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기술 보호 부서에선 퇴직자의 자료 유출 정황을 인지하고도 임의로 종결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상급 관리 감독기관인 방위사업청도 감사를 벌이고 있지만 현재 유출된 자료 내용이나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허술한 관리체계 및 조직운영으로 총체적 부실을 키우거나 눈감아 온 역대의 수장들에게 1차적 책임이 있겠지만 상급기관으로서 관리감독을 소홀이 한 방위사업청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음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나 이제라도 철저한 진상조사와 조직진단을 통해 자료 유출자를 색출하고 관련 책임자를 추궁해야 하며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 재발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국가 기밀은 물론 국익을 위해 운영되어지고 있는 국책기관 전반에 대한 전면적 점검의 계기로 삼을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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