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빼앗긴 세계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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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빼앗긴 세계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신진식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연구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07.01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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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식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연구교수
신진식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연구교수

"그는 ‘책’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땅거미가 질 때부터 동틀 때까지 밤에 오로지 ‘독서’만 하면서 보냈고 새벽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낮에도 독서만 하면서 보냈다. 이처럼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독서’에만 열중한 탓으로 결국 그의 뇌는 빈사 상태에 빠지게 됐으며, 마침내는 이성 능력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자신이 읽는 모든 것, 즉 마법, 싸움, 도전, 부상, 구애, 사랑, 고통 그 밖의 온갖 터무니 없는 상념들에 모든 정신을 빼앗겨 버렸다. 그는 상상의 세계에 너무 깊이 빠진 나머지 자신이 읽는 모든 환상적 요소들이 사실이라고 믿게 됐다."

1605년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에서 주인공을 저렇게 묘사했다. 여기에서 ‘책’을 ‘TV’로 바꿔 비난한 시절이 있었다. ‘책’ 대신에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을 넣어도 많이 들어본 얘기가 될 것이다.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인터넷이 부추기는 지속적인 산만함이 깊고 창의적인 사고를 방해하고 뇌를 퇴화시킬 것이라는 다소 무서운 예언을 했다. 그리고 더 최근에는 프랭클린 포어가 「생각을 빼앗긴 세계」를 통해 인터넷 알고리즘의 편리함에 익숙해져서 생각(하는 힘)을 다 잃어버릴 것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테크대기업이라 불리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에 점차 우리의 생각을 조종당하게 된다고 경종을 울린다. 이들 테크대기업은 개인주의(개인성, Individualism)의 핵심을 이루는 자유 의지를 자동화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즉 인간으로 하여금 정해진 경로를 통해 살아가도록 만드는 통제를, 그들의 알고리즘은 제안이라든가 편의성과 선택을 돕는 것으로 위장한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의 뇌는 얼마든지 부지불식간에 조작을 통한 통제가 가능하다. 뇌과학자들은 노화 또는 경험에 따른 뇌의 변화를 뇌의 가소성(Plasticity)이라고 일컫는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독서를 대중적인 활동으로 만든 지난 5세기 동안 선형적, 문학적 사고는 예술, 과학, 그리고 사회의 중심에 있었다. 예리하고 유연한 이 같은 방식의 사고는 르네상스를 불러온 상상력이었고 계몽주의를 낳은 이성적 사고였으며 산업혁명을 이끈 창조적 사고였다. 그리고 모더니즘을 낳은 전복적 사고이기도 했다. 인류의 기술혁명은 구텐베르크의 활자 발명 때처럼 인터넷 폭발 시대인 현재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넓게는 인터넷이 우리의 사람됨과 인간의 본성마저도 점차 침식하고 있다. 

인터넷은 우리의 시공간적 능력(지능)에 대한 광범위하고 섬세한 발달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의식적 지식습득, 귀납적 분석, 비판적 사고, 상상, 심사숙고를 뒷받침하는 진중한 처리 과정에 대한 능력은 약화시킨다. 훑어보고, 건너뛰고, 멀티태스킹을 하는데 사용되는 신경 회로는 확장되고 강해지는 반면 깊고 지속적인 집중력을 가지고 읽고 사고하는 데 사용되는 부분은 약화되거나 또는 사라지고 있다. 뇌가 신체의 직접적인 연관을 뛰어넘어 심리학적 도덕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느끼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더욱 산만해질수록 인간의 가장 섬세하고 고유한 특성인 공감, 열정 등과 같은 감정의 경험은 더욱 줄어든다. 

인터넷이 우리의 살아있는 통로의 경로를 바꾸고 사색 능력을 감소시키고, 우리의 생각뿐 아니라 감정의 깊이도 바꿔놓는다. 이렇게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다고 해도 오늘날에는 모든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거부하며 러다이트 운동을 벌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생각의 자동화를 시대 변화에 따른 숙명이라고 받아들인 채 체념해 버리는 것도 답은 아니다. 기술 진보가 가속화되더라도 우리 일상과 습관은 여전히 우리의 것임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 선택과 결정을 기계에 위탁하더라도 사색의 여유를 잃지 않고, 주체적 태도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테크대기업의 위협 속에서도 자유 의지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색 능력과 자유 의지를 지킬 주요한 힘의 원천을 책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인류에게 책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움베르토 에코의 말에 크게 공감한다. 다만 책이 꼭 종이로 된 책일 이유는 없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 새로운 미디어는 책의 생명력을 더욱 강하게 꽃피울 것이고, 우리 인류의 삶과 지평도 아울러 확장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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