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권력
상태바
법과 권력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07.01
  • 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1대 국회가 임기 초 제일 먼저 한 일은 법사위를 포함 핵심인 여섯 위원회의 장을 다수당인 민주당 단독으로 선출한 것이다. "이것만은" 하던 통합당 원내대표 주호영 의원은 참다 못해 "모든 위원장 직을 다 가져라"하고 사퇴의사를 밝히기도 했었다. 어쨌든 이로써 민주당은 행정의 법무부, 사법 최고 판결기관인 대법원 그리고 국회의 법사위까지 모든 법 권력을 손안에 쥐었다고 볼 수 있다. 무슨 일인데 민주당은 그토록 법 권력에 결사 투쟁하는 것일까. 

우리가 법을 두려워하는 것은 법이 우리 삶에서 선과 악의 절대 기준이 된다는 것과 그것이 자칫 국가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두려운 것은 어느 누군가 이것을 정한다는 데 있다. 법은 상식에 기초한다. 즉 법은 당시의 생각과 풍속 그리고 규범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법으로 정해지면 그것은 이미 공인된 사회적 옳음이고 정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떠한 법이라도 어기면 범법자이고 소위 악인이 돼 처벌을 받게 된다. 이것이 소위 법치사회이다. 

그래서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국가의 통치수단은 무력과 법이다. 법은 총칼만 없지 합법적으로 위탁된 국가의 폭력인 셈이다. 그 법이 목적을 갖는다면 즉 소수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 진다면 그 법은 다수의 사람들 위에 군림하게 된다. 거기에 눈과 귀의 언론을 틀어 쥔다면 그야말로 중세 전제군주 시대로 가는 길이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렇듯 법이 목적을 가질 때이다. 

법을 이용해 시대를 바꾼 예를 보자. 일본 메이지유신 시절 서양 근대국가를 따라잡기 위해 국민 개조 전략으로 택한 것은 헌법 창시와 국민 교육이었다. 헌법 창시는 지방 분권의 번(藩) 체제를 없애고 중앙집권의 천황제 도입을 위한 것이었고, 국민교육은 중앙집권을 위해 국민으로서 봉사할 수 있도록 국민 개조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천황체제를 위한 갖가지 역사 창조와 찬가(讚歌) 등 선동 도구들이 같이 동원됐다. 이 전략은 주효해 20세기 초대규모 국제전이었던 러일전쟁에서 태평양전쟁까지 국민 징집 등 국가 총력 체제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러한 국민 개조 작업은 1차 대전 후의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히틀러는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장악하고 곧 총통으로 취임한다. 강력한 민족주의를 내걸고 국민 단결을 호소해 결국 제2차 대전의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600만의 희생자를 낸 유태인 억압 역시 합법적인 법률로서 선포됐고 전쟁 준비도 법률로 정당화됐던 것이다.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저자 브라우닝은 유태인 처형에 가담한 상당수는 평범한 일반인이었고 아무런 죄책감도 없었다고 실토한다. 이렇게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법 설정과 함께 역사 왜곡과 선동을 동원했던 것이다. 

이렇듯 법으로 정하면 구속력이 생기고 여기에 사람들의 행동에 구속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것이 행동 기준이 되는 것이고 옳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저항이 생기고 그 물리적 체제는 오래 가지 못한다. 그래서 결국 교육과 선동을 통해서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규범화시키게 되는데, 이렇게 하여 그들의 세계관이 변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법에 대한 저항감이 없어지고 이것이 소위 사회 정의가 되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성역화 작업이 이뤄지게 되면 이 이슈에 대해서는 말도 할 수 없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그 무엇이 형성돼, 드디어 권력의 안정화를 기할 수가 있게 된다. 

정의를 자기편으로 바꾸고 정당화해 절대화하는 것. 그리고 자기와 반(反)하는 것을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아 절단내는 것은 조선이 500년간 유지될 수 있었던 골격이었다. 지금은 합법적인 법을 통해 자기의 이념을 절대화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단지 이념만 주자학에서 사회주의로 교체됐을 따름이다. 이것이 북한의 현재 모습이고 아마 현 정권이 원하는 모습일 것이다. 

최근 우리 주위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들 즉 전교조의 좌편향 교육, 역사 재해석, 과거사 부정, 사회주의 정책 등 정권의 정당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언론은 갖가지 선동으로 이러한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권력은 이들을 법제화하고 그리고 옳다고 판결함으로써 새로운 그리고 의도된 정의로움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 다른 생각이 들어올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국민 개조 완성은 이렇게 해서 이뤄지는 것이다. 법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법이 사람 위에 군림하면 독재로 흐르기 쉽다. 사람들이 법을 두려워해서 따라야 하는 것은 맞지만 목적을 갖고 있는 법은 국가의 운명을 담보할 수 있는 큰 희생이 따르는 법이다. 우리는 두려워해야 한다. 법이 무법이 된 그런 세상말이다.

기호일보, KIHOILBO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