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 불매운동사
천혜정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만7천 원

 천혜정 이화여자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가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전개한 역사적 과정을 다각도로 분석해 책으로 엮어냈다.

 이 책은 지난 100여 년간 일어난 한국 소비자 불매운동의 역사에 대한 서술과 분석적 재평가를 시도한 학술서이다. 기업의 지배력 증가로 시장의 자유가 중시되고 규제 철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소비자 불매운동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돌아보고,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소비자들이 어떻게 연대해 목소리를 내고 정치와 경제, 문화 분야에 어떤 영향을 끼쳐 왔는지 논하고 있다. 

 한국은 과거 일제강점기 수탈정책에 맞서 범국민적 물산장려운동을 펼쳤다. 이러한 흐름은 일본이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킬 때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한국 소비자들은 사회적 소수자 차별 기업, 노동 탄압 기업, 환경오염 유발 기업 등 악덕 기업에 대해서도 불매운동을 펼쳐 왔다.

 저자는 일제강점기부터 2010년대까지 100여 년에 걸친 한국 불매운동의 역사를 총 9장으로 나눠 분석했다. 소비행위가 개념화되는 과정과 소비자 역할의 변화, 소비자 불매운동의 주요 맥락과 국내외 관련 연구, 각 시대별 소비자 불매운동 사례, 한국 소비자 불매운동의 성과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소비’라는 행위를 단순히 경제적 차원에서만 보지 않고 그 속에 담긴 한국 소비자들의 정치적 신념과 문화적 흐름을 파악하면서 한국 소비자 불매운동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한국 소비자 불매운동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전망한다. 

 이와 함께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소비자들의 집단적 연대 가능성과 정치·문화 참여의 장으로서 시장의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 본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사회정의 및 경제정의를 구현하는 도구이자 전략으로서 소비자 불매운동이 갖는 잠재력, 나아가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행위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김선지 / 은행나무 / 1만6천 원

신작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는 여성에게 강요된 전통적 성 역할을 벗어 버리고 진정한 ‘예술가’로 살기를 원한 21명의 여성 미술가들을 만나는 책이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소포니스바 앙귀솔라, 라비니아 폰타나, 앙겔리카 카우프만, 로자 보뇌르, 수잔 발라동, 한나 회흐, 카린 라르손, 거트루드 지킬 등 책에서 다루는 여성 거장들은 위대한 걸작을 남기고도 인류 미술사에서 이름이 누락됐다. 여자는 예술을 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이 없다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과 가부장 체제가 그녀들을 옥죄었기 때문이다. 

분야도, 시대도, 고향도 모두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자신 앞에 놓인 다양한 유형의 편견과 모순을 넘어서며 필사적으로 미술 작품에 매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여성의 예술은 한낱 아마추어에 불과하다는 편견에 맞서 위대한 예술작품을 탄생시켰다.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는 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까지 여성 거장들의 삶과 예술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또 미술 영역에서 남성이 독점한 회화와 조각에서 공예, 디자인으로 확장했다. 회화와 조각, 공예와 디자인 간 위계질서는 여성을 예술의 주류에서 배제한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차별과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한 21명의 여성 미술가를 통해 미술사의 빠진 퍼즐을 맞춰 나가는 힘찬 여정을 만나 볼 수 있다.  

하나의 반쪽
김남주 / 다인아트 / 1만2천 원

2010년 신사임당예능대회 백일장 수필 부문 격려상으로 공식적인 글쓰기를 시작해 2012년 「현대수필」 가을호에 ‘어머니의 삼층장’으로 수필문단에 두각을 나타낸 김남주의 첫 번째 수필집 「하나의 반쪽」이 출간됐다. 이 책은 총 4부로, 46편의 수필과 4편의 시로 구성돼 있다. 

1부 ‘하나의 반쪽’은 아버지, 어머니, 시어머니, 동서들 등 가족의 모습을 통해 저자가 삶을 관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2부 ‘희망은 진실이다’에서는 저자와 남편이 마주하게 된 여러 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저자에게 찾아온 파킨슨병으로 인해 그녀의 육체를 무너뜨리고 있음에도 담담히 파킨슨병과 함께 남은 삶을 살아가려는 의지를 보여 준다. 

3부 ‘내일을 여는 아이들’에서는 그녀의 손주들을 비롯해 그녀의 삶의 대부분을 보냈던 보이스카우트에서 일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인천소년교도소 이야기’는 인천에서 보이스카우트 활동의 중요한 단면을 볼 수 있다. 4부 ‘흐르는 시간, 정지된 시각’에서는 흐르는 시간 안에서 저자를 사로잡았던 정지된 시각에서의 추억들을 그리고 있다. 

저자 김남주는 「하나의 반쪽」을 통해 시간을 살아간다는 것이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넌지시 던지고 있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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