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석 도시계획학 박사
김선석 도시계획학 박사

우리는 먹고, 자고, 놀고, 일을 합니다. 이러한 행동들은 매우 다양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생존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말해 어떠한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일정한 법칙처럼 말입니다. 이런 생존 법칙에서 모방은 효율성을 높여 우리의 능력을 키우기도 하고, 기업의 생산기술 향상에도 도움을 주며, 나라의 힘을 키우는데도 큰 역할을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1945년, 한국은 감격스러운 해방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요즘이야 외국제품보다 한국제품을 더 선호하고 세계인들에게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당시 한국 사람들은 국산품보다는 일본에서 만든 성능 좋은 제품을 선호했습니다. 특히 가정에서 인기를 끌었던 것이 밥솥이었습니다. 이때부터 한국에 일본 같은 선진국의 기술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 기업들의 기술을 모방한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 놓았습니다.

LG전자(당시는 금성사 Goldstar)가 1960년에 국내 최초로 선풍기를 생산하고, 그 다음 해에는 전화기까지 만들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모방의 기술로 한국의 기술은 빠르게 향상됐습니다. 

이웃 나라 중국은 어떠했을까요? 사정은 한국과 비슷했습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중국은 세계적인 경제대국이 아니었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한국과 일본, 선진국에서 스마트폰이나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기술을 모방했습니다. 또한 IT 저장소 같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신제품들도 모방을 통해 개발됐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개발한 스티브 잡스는 세계적인 화가 피카소의 말을 인용해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우리가 새롭다고 생각되는 신기술도 알고 보면 지금의 기술을 융합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모방을 통해 그 무엇인가를 익히며 살아갑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부모의 행동을 보며 배웁니다. 역시 모방의 한 가지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게 있습니다. 모방만으로는 일류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모방을 할 때도 어떠한 것을 어떻게 익히느냐에 따라 효과의 차이가 뚜렷이 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자신이 나아가야 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에 대한 책을 읽고 그 사람의 습관과 기술, 그리고 아이디어 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운동이라면 탁월한 선수의 동작을 자신의 몸에 완전히 배도록 최선을 다해 모방을 반복합니다. 이 방법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실력을 향상시킵니다. 

천재는 잠재의식 속에서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창조 과정을 자연스럽게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같은 세계적인 화가는 타고난 천재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화가가 있습니다. 바로 이탈리아의 화가 라파엘로 산치오(1483~1520)입니다. 그는 뛰어난 미켈란젤로와 다 빈치로부터 효과적인 빛의 사용방법과 부드러운 색의 조화법 등 아이디어와 기법을 자신의 것으로 완전히 소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이 감탄할 만한 ‘성모와 아기예수’, ‘갈라테이아의 승리’ 등 세계적인 작품을 그려낸 것입니다. 

앞으로 더 빠르게 변화할 세상, 초연결사회, 초가치 창출시대…. 갈수록 다양한 미래시대를 맞이할 우리들. 평범한 우리도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닮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러한 모방이 우리를 최고로 만들어 가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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