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키우던 돼지를 모두 살처분한 인천시 강화지역 피해 농가들이 최근 정부가 마련한 돼지 재입식 관련 법령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개정안이 담고 있는 새로운 ‘방역시설 기준’이 피해 양돈농가에 또 다른 재정적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최근 ASF 창궐 위험지역을 ‘중점방역관리지구’로 지정하기 위한 기준과 함께 지구 내 양돈농가가 반드시 갖춰야 할 방역시설 기준 등을 담은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담긴 ‘방역시설 기준’은 사실상 ASF 살처분·수매 참여 농가의 돼지 재입식을 시행하는 데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외부 및 내부 울타리와 입·출하대 설치 ▶작업자 환복 및 소독이 가능한 방역실 설치 ▶손 씻기와 장화 갈아 신기 등을 위한 전실 설치 ▶약품 및 기자재 등을 소독해 반입할 수 있는 반입시설 설치 ▶야생 멧돼지와 곤충 등 매개체 방역을 위한 방조망 및 방충망 설치 ▶가축 폐사체 및 축산폐기물 보관을 위한 냉장·냉동 컨테이너 설치 등이다.
앞서 정부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일부 피해 농가의 의견을 수렴해 울타리 소재 및 규격 등의 설치 기준을 완화했다.
하지만 강화지역 피해 농가들은 돼지 살처분으로 경제적 타격을 받았는데, 돼지 재입식을 위해 새롭게 갖춰야 할 방역시설 설치 비용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강화지역의 한 피해 양돈농가 관계자는 "정부가 마련한 이번 개정안과 향후 추가될 지침을 반드시 만족시켜야 돼지 재입식이 가능하다는 소리인데, 새롭게 추가되는 방역시설을 제대로 구비할 수 있는 농가가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며 "ASF 피해 농가가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저런 시설까지 갖추라는 것은 농장을 폐업하라는 이야기"라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아직까지 관련 지원 예산이 세워진 부분은 없으며, 차후 중앙 혹은 지자체 등에서 검토해 볼 수 있겠다"며 "각 농가도 개정안에 맞춰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부분들은 실행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화=김혁호 기자 kimhho2@kihoilbo.co.kr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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