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첫 출발부터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월 29일 국회 18개 상임위원회 중 정보위원회를 제외한 17개 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특정 정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것은 노태우 정부 때인 1988년 13대 국회 이후 32년 만으로 의석수에 따른 여야 상임위원장직 배분 전통도 32년 만에 깨졌다. 본회의엔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이 불참했으며 정의당 의원들은 본회의엔 참석했으나 상임위원장 투표를 하지 않았다. 

21대 국회가 이처럼 파행하게 된 출발점은 여당이 법사위원장은 야당 몫이라는 오랜 관행을 인정할 수 없다고 나선 데서 비롯됐다. 법안 처리 길목을 지키는 법사위원장은 국회 운영에서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부여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여야 협치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지금 여당이 야당 시절이던 18, 19대 국회에서도 법사위원장만큼은 야당 몫으로 남겨 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176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이마저도 허용하지 않았다. 한 달을 끌어온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단 한 발자국도 진전되지 못한 채 끝내 결렬된 것은 여야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으로 입법 성과에 대해 야당 핑계를 대기 어려워졌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전부 아니면 전무’의 책임을 지게 된 만큼 더욱 책임지는 자세로 국회를 이끌되 야당과 협치 또한 살려나가야 한다. 또한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야당은 국회 안에서 당당하게 정책 대결로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야당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공명지조(共命之鳥)라는 말이 있다. 목숨(=命)을 공유(共有)하는 새(鳥)라는 뜻으로 ‘상대방(相對方)을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뜻이다. 공명조(共命鳥)는 아미타경(阿彌陀經), 잡보장경(雜寶藏經) 등 여러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머리가 두 개인 상상 속의 새로, 한 머리가 시기와 질투로 다른 머리에게 독이 든 과일을 몰래 먹였다가 둘 다 죽고 만다는 설화 속에 등장한다. 지금 여야의 모습을 보면 공명조가 떠오른다. 두 머리 중 우위를 점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으나 다른 머리 하나를 죽이면 결국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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