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이 2일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이 2일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1980∼1990년대 화성지역에서 발생해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장기 미제 살인사건인 일명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경찰 재수사가 1년 만에 모두 끝났다.

경찰은 용의자 이춘재가 여성 14명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여성 9명을 상대로 성폭행과 강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다만, 사건이 발생한 지 시일이 경과되는 등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결국 형사처벌은 이뤄질 수 없게 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일 오전 본관 5층 강당에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춘재는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화성에서 잇따라 발생한 살인사건 10건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8차 사건’을 제외한 9건이 미제로 남아 있었다. 8차 사건은 범인으로 검거됐던 윤모(53)씨가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됐지만, 이후 윤씨가 재심 청구해 수원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경찰 수사를 통해 이춘재는 1987년 12월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 1989년 7월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 1991년 1월 청주 여고생 살인사건, 1991년 3월 청주 주부 살인사건 등 살인사건 4건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일부 살인사건 피해자 유류품에서 나온 이춘재의 DNA 등 증거를 토대로 살인 범행 14건을 그가 저지른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 외에도 이춘재는 34건의 성폭행 또는 강도 범행도 저질렀으나 이 중 뚜렷한 증거가 없고 일부 피해자는 진술을 꺼려 확실한 피해자 진술을 확보한 사례만 이춘재의 소행으로 결론을 냈다. 이렇게 확인한 추가 성폭행·강도범행이 총 9건으로, 나머지 25건은 범죄 혐의에서 제외됐다. 이춘재는 범행 동기에 대해 별다른 진술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경찰은 프로파일러 면담 결과 등을 토대로 ‘변태적 성욕 해소’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당시 사건 은폐, 감금 등 불법적인 수사를 벌였던 검찰 직원과 경찰관 9명도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이 재수사를 통해 1년 만에 사건의 실체를 규명했지만 모든 혐의의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은 불가능하다. 경찰은 이춘재와 당시 검찰, 경찰 등을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송치했고, 검찰도 같은 방식으로 이 사건을 최종 처리할 예정이다.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의 전체 수사 과정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잘못된 사안을 자료로 남겨 책임 있는 수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역사적 교훈으로 삼겠다"며 "진행 중인 8차 사건의 재심 절차에는 지속적으로 협조하고,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한 또 다른 피해 사례가 확인되는 경우에도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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