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기사 등을 포함해 세 가지 일을 하며 코로나19의 경제적 타격을 이겨 내는 박용진 씨.
택배 기사 등을 포함해 세 가지 일을 하며 코로나19의 경제적 타격을 이겨 내는 박용진 씨.

"코로나19는 내게 오늘 하루를 더 열심히 살게 하는 고마운 동기부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로 경제적·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2일 만난 박용진(40·인천시 남동구)씨는 최근 스리잡(3Job)까지 하며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박 씨는 여행용 캐리어를 만드는 중소기업 물류센터 과장으로 10년 넘게 일을 해 오고 있는데, 올해 초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특히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는 타격이 극심했다. 박 씨의 회사 역시 직원들의 급여 감봉이 자연스럽게 이뤄졌고, 이로 인해 그는 추가적인 수입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아이 둘을 키우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그를 더 강하게 압박했다. 박 씨는 "안정적인 회사를 다닌다고 항상 생각했지만, 사회가 전부 영향을 받으니 어쩔 수 없었다"며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마음이 절실했다"고 토로했다. 

 이후 박 씨는 중소기업 물류센터 일이 끝나면 코로나19로 인해 일거리가 많아진 야간 택배 업무를 시작했다. 매일 오후 7시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하고 11시께 물류센터에서 배달 물량을 받고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일하는 두 번째 출근을 했다. 평소 꾸준한 배드민턴으로 다져진 체력 덕분인지 피곤함을 나름 견뎌냈다.

 박 씨는 "처음에는 충분히 잠을 못 자서 정신이 몽롱했다"면서도 "모두 잠든 새벽에 땀 흘리며 일하는 자신이 왠지 모르게 뿌듯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자연스레 회사에서 줄어든 수입은 두 번째 일로 만회했다. 그러던 중 박 씨에게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밤늦게 일하는 모습을 본 택배물류센터에서 그의 성실함을 알아보고 물류센터 관리직을 제안했다. 배달 업무보다 안정적이고 보수도 높았다. 게다가 택배도 박 씨가 원하면 아무 때나 할 수 있었다.

 그는 "회사에서 하는 일이 물류 관리다 보니 택배회사 물류 관리 업무에 쉽게 적응했다. 보수도 아주 좋아 만족도가 높다"며 뿌듯해 했다.

 이제 박 씨는 기존 회사에서 받던 급여보다 훨씬 더 높은 수입을 얻고 있다. 물론 동 트기 전까지 근무하는 피곤함이 쌓이지만 택배는 원하면 언제든지 쉴 수 있다.

 높아진 수입으로 최근 삶에 만족한다는 박 씨는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이 있지만 어디서든 성실하게 일하면 기회가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생을 보람차게 보내는 방법을 이번 일을 계기로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박승준 기자 sjpar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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