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일보=디지털뉴스부]

SBS 대표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가 사회 전반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찾아 집중 취재 재조명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방송된 영구미제 사건인 '제주 이 변호사 살인사건'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는 '나는 살인교사범이다-제주 이 변호사 살인사건'이란 부제로 21년째 풀리지 않은 '제주 이 변호사 살인사건'에 대해 조명했다.

1999년 11월 5일 새벽, 한 남자가 자신의 차량에서 피를 흘리며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남성은 제주 태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검사 출신 변호사 이 씨였다. 수재로 유명했던 그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은 제주도는 물론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 남성은 예리한 흉기에 심장이 찔려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수사기관은 정황을 살펴보고 순식간에 제압되어 살인당했을 것이라며 청부살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제주도의 수사 기관은 범인을 찾기 위해 사건에 몰두했으나 범인이 사용한 흉기조차 특정하지 못했고 2014년 공소시효가 지나며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오랜 시간 미제로 남아있던 이 사건을 취재하게 된 이유는 한 통의 제보 메일 때문이었다. 2019년 10월, 해외 모처에서 만난 제보자는 제작진에게 4시간이 넘도록 사건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제보자는 바로 자신이 이 사건의 살인교사범이라 말했다. 그는 제주지역 폭력조직 '유탁파' 두목의 지시로 범행을 계획했고, 같은 조직원인 '갈매기'가 이 변호사를 살해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제작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제보자의 구체적인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말했다. 표창원 교수는 "자신의 상상력을 보태거나 꾸며내서 할 수 없는 이야기다"라고 전했다.

만약 그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유탁파의 두목은 왜 이 변호사를 살해하라고 지시한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제작진은 지난 9개월 동안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취재를 진행해왔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이 변호사는 부정부패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나서는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검사 시절 생활고를 못 이겨 물건을 훔친 피의자에게 차비를 주며 고향으로 돌려보내기도 했고, 억울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료 변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제주 4.3'의 법적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강단에 올랐으며, 1998년 제주도지사 선거 때는 한 후보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청년의 양심선언을 돕기도 했다.

무슨 일인지 양심선언을 한 청년은 기자회견 이후 돌연 잠적해버렸고, 이 변호사는 부정선거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를 찾아 나섰다고 한다. 선거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제주지역 폭력조직인 '유탁파'가 지역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당시 제주도지사 신구범 씨는 "그가 양심선언 사건을 추적하지 않았다면 살해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제작진과 만난 현 유탁파 두목은 21년 전 두목 백 씨가 살인 지시를 했다는 것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백 씨에 대해 "순하디 순한 사람이다. 20년 밑 애들을 데려다가 범행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우리 세계에도 룰이 있다"라며 "갈매기가 죽은 건 투자를 잘못해서 괴로워서 죽은 것이다. 이런 제보자를 한 사람이 나쁘다"라고 했다.

그리고 전문가는 친구 갈매기에 대한 대목에 대한 제보자의 증언에 대해 "들은 대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들은 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라고 했다. 실제로 제보자는 갈매기가 겪은 일에 대해 본 듯이 말하고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억을 하지 못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그의 주장과 실제로 차이가 나는 부분들도 드러났다.

전문가는 "갈매기가 했다는 상황들에서 갈매기를 빼고 제보자를 넣으면 자연스러워진다"라며 "들은 내용이 아닌 본인이 경험한 것이 아니면 이렇게 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라고 분석했고, 이는 자신의 책임을 줄이기 위해 주인공을 갈매기로 각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제작진은 두목 백 씨와 친했던 지인을 만났다. 그의 지인은 99년이면 백 씨가 교도소에 있을 때였다고 했다. 취재 결과 그는 사건 발생 5년 전 수감 생활을 하다가 이 씨가 사망한 후 출소했다. 그리고 그가 살인을 지시했다면 그 장소는 교도소여야 했지만 제보자의 주장은 달랐던 것이다.

이에 제보자를 아는 지인은 들은 그가 마약과 도박에 빠져있다며 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작진을 만나 진술을 한다고 해서 그에게 돈이 생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실제 살해를 청부한 이에게 경고를 보내는 것 같다"라며 "본인의 능력으로 상대를 찾을 수 없으니 언론사를 통해서 시그널을 보내고 싶었던 것 같다. 이것이 방송이 되면 청부한 자는 위기의식을 느낄 것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제작진은 그동안 취재한 내용을 제주 지방 경찰청과 공유했다. 이에 경찰은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리고 제작진은 이 씨가 사망할 당시 사무장에게 이 씨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사용했던 노트북을 전달받아 디지털 포렌식 복원 작업을 의뢰해 재수사에 활기를 찾기를 빌었다.

방송은 현재 제보자가 거주하고 있는 장소, 그와 연락 중인 지인들의 리스트를 모두 확보하고 있는 상태로 그가 갑자기 잠적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제보자에 대해 이 씨의 살인범이거나 최소한 살인 장소에 있었거나 공범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씨를 살해하라고 청부한 진짜 의뢰인의 정체를 알고 있을 것이라며 끝까지 이 씨의 목숨을 앗아간 진짜 범인을 밝히기 위한 추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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