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대체할 자체 조달시스템 개발에 나섰다고 한다. 도는 조달청에서 운영하는 국가 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의 공공물품 조달시장 독점으로 인해 시장가격보다 비싼 조달가격과 조달수수료의 불공정한 배분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취지에서 조달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것이다. 또 복수의 조달시스템 간 자율 경쟁을 통해 공공 조달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기도 하다. 도의 공정한 조달시스템 자체 개발·운영 계획을 꺼내 든 것은 지방정부나 지방 출자출연기관, 지방 공기업의 선택지를 늘려 시장의 자율 경쟁이 반영된 값싸고 좋은 제품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초석이 강하게 내포돼 있다.

실제로 도가 지난 4~5월 나라장터와 일반쇼핑몰 물품 가격을 비교한 결과에서는 나라장터에서 판매하고 있는 공공조달물품 646개를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제품과 비교하자 90개(13.9%) 제품이 시장단가보다 오히려 비싸게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조사에 나타나듯이 현행 제도(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제5조2)가 나라장터에 등록된 물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시장단가보다 비싼 가격에 공공조달물품을 나라장터에서 구매할 수밖에 없어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대체할 자체 조달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밝히자 공공재정 연구기관인 ‘나라살림연구소’가 경기도의 지방 자체 조달시스템 개발을 지지하면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OECD 국가 중에 중앙조달을 강제하는 나라는 한국과 슬로바키아뿐이어서 공공조달로 인한 지방정부는 수십 년간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 경기도의 공정한 조달시스템은 나라장터와 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독과점 폐해를 개선하고, 불공정한 시장구조를 바꾸기 위한 것이다. 

공정조달에서 발생하는 조달 수익은 공동 운영에 참여하는 지방정부와 공유하고, 조달수수료를 많이 납부한 지방정부를 지원해 지방분권, 지방재정 독립, 조달시장 개방 경쟁체제 구축이 필요할 때이다. 시장경제 원리의 순기능을 행정에서 펼치기 위해 첫걸음을 뗀 경기도는 전국 지자체 조달 행정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좋은 선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