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일지와 인천
상태바
백범일지와 인천
안정헌 개항장연구소 연구위원
  • 기호일보
  • 승인 2020.07.08
  • 1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정헌 개항장연구소 연구위원
안정헌 개항장연구소 연구위원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래서인지 전국적으로 3·1운동과 함께 지역의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행사가 줄을 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19 여파도 있겠지만, 또다시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지난 6월 16일 인천 중구의회에서 ‘감리서터 휴게쉼터 건물매입비’ 전액을 삭감했다. 인천감리서는 1883년 8월에 설치됐다. 처음에는 통상(通商)업무만 했으나, 후에 개항장의 외국인과 조선인 간 분쟁을 해결하며, 치안을 유지하는 업무까지 담당했으며, 1896년에는 개항장재판소가 개설됐다. 그러면서 김구 선생은 그 곳에 두 차례나 투옥돼 인천과 깊은 인연을 맺게 됐다. 훗날 김구 선생은 "인천은 내 일생에 뜻깊은 곳"이었다고 술회했다. 

그리고 뒤늦은 감이 있으나 인천시 중구에서는 ‘김구와 인천 중구’에 대한 연구 역사문화 콘텐츠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그 결과물을 토대로 지금 중구에서는 ‘청년 김구 거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백범 김구와 관련된 기념관이 전국에 5~6개 정도가 설립돼 있다고 하는데, 왜? 지금 인천의 중구에서는 ‘청년 김구 거리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하려고 할까 의구심이 들었다. 단순히 한국인이 존경하는 인물을 꼽을 때마다 상위에 올라 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2017년에 발간된 「백범일지」(양윤모 편)를 꼼꼼하게 읽어 보기로 했다. 백범일지를 읽으면서 김창수에서 김구(金龜), 그리고 백범(白凡) 김구(金九)로 태어나는 과정과 함께 그 속에 담긴 김구 선생의 굳은 신념을 다소나마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애국정신만이 아니라, 감옥에서 같이 생활하던 수인(囚人)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번 독서의 목적이 특별히 인천에서 백범 김구 선생을 기려야 하는 까닭을 알고자 한 것이기에, 인천과 관련된 부분은 포스트잇으로 표시를 했다. 그 결과 책의 중간부분이 온통 포스트잇으로 도배돼 있었다. 이처럼 인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백범 선생이 그동안 왜 그렇게 인천인에게는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아왔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백범일지에 기대어 인천 중구가 왜 백범을 기려야만 하는지 생각해 봤다. 1896년 7월 말 경 백범 선생은 인천 감옥으로 이감돼 3차례 신문(訊問)을 받았다. 그날 모습을 "길에는 사람이 가득 찼고, 경무청 안에는 각 청 관리와 항내 유력자들이 모인 모양이었고, 담장 꼭대기와 지붕 위에까지 경무청 뜰이 보이는 곳에는 사람들이 다 올라가 있었다"고 백범일지에는 묘사돼 있다. 

감옥에서의 생활이 백범일지에는 네 가지로 요약돼 있다. 첫째 백범 선생은 신서적을 읽으면서 ‘장래 국가에 큰 사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둘째, 같이 수감된 죄수들에게 글자를 가르쳐 줬다. 셋째, 억울한 송사나 비리 등을 대서(代書)해 줬다. 마지막으로 민요를 비롯한 우리 가락을 배우고 불렀다고 서술했다. 이는 탈옥 후 황해도에서의 교육운동은 물론이고, 독립운동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하는 발판이 됐던 것이다.

사람을 사랑했던 김구 선생의 내면을, 축항공사에 동원됐을 당시 회고를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아침저녁 쇠사슬로 허리를 마주 매고 축항 공사장에 일을 나갔다. 흙지게를 등에 지고 10여 장의 높은 사다리를 밟고 오르내렸다. 여기서 서대문 감옥 생활을 회고한다면 속담의 ‘누워서 팥떡 먹기라’ 불과 반일(半日:반 나절)에 어깨가 붓고 동창이 나고 발이 부어서 운신을 못하게 됐다. 그러나 면할 도리가 없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사다리로 올라갈 때 여러 번 떨어져 죽을 결심을 했다. 그러나 같이 쇠사슬을 마주 맨 자들은 거의가 인천항에서 남의 구두 켤레나 담뱃값이나 도적질한 죄로 두세 달 징역 사는 가벼운 죄수들이어서 그들까지 죽이는 것은 도리가 아니기 때문에 생각다 못해 일에 잔꾀를 부리지 않고 사력을 다해 일을 했다."

기호일보, KIHOILBO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