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과학 안내서
곽재식 / 우리학교 / 1만5천 원

왜 우리는 이상한 것, 무서운 것, 금지된 것에 마음이 끌릴까. 바이러스 감염병, 기후위기와 폭염, 부의 양극화, 잔혹 범죄의 지능화…. 현실의 두려움과 불안함이 이토록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인간들의 이야기가 하루도 빠짐없이 뉴스에 나오는 세상에서 왜 우리는 괴물 이야기에 늘 마음이 흔들릴까.

「괴물 과학 안내서」는 그 답을 찾아 괴물이 언제부터 어떻게 우리에게 괴물이었는지를 탐구하고 해부했다. 이 탐구와 해부의 도구는 과학이다. 과학이야말로 이 세계의 진실에 이르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자 가장 믿음직한 길잡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책은 13마리 괴물과 요괴들을 과학적으로 솜씨 좋게 해부한 다음 눈을 빛내며 새로운 이야기만을 기다리는 독자들 앞에 자신만만하게 펼쳐 놓았다.

흡혈귀, 거대 절지동물, 늑대인간, 미라, 흰여우…. 책을 열면 친숙하지만 으스스하고 기묘하면서도 대책 없이 엉뚱한 괴물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책 속을 돌아다니다 보면 역사, 신화, 철학, 예술, 시사 등 이 세상 온갖 이야기들을 탄탄히 받쳐 주는 과학의 진짜 매력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흡혈귀를 상상할 때 목에 뚫린 송곳니 구멍의 반지름이나 혈류 속도, 혹은 생명체의 에너지 대사 과정을 계산해 본다면 어떨까. 미라에게서 열역학법칙과 상전이를, 요정에게서 고분자물질과 텔로미어를 배울 수 있다면? 세상에 없던 지식인 괴물공학, 괴물물리학, 괴물화학, 괴물생물학은 독자의 허를 찌르며 신선한 지적 쾌감을 선사한다.

곽재식 작가는 과학자이자 공학박사이고, 성실한 화학업체 직원이면서 에너지 넘치는 이야기꾼이다. 그가 십수 년간 고문헌을 비롯해 수많은 논문, 설화, 영화, TV 시리즈 등을 끝없이 파헤치며 발굴해 낸 수백 마리 괴물 이야기를 정리한 웹페이지는 웹툰, 게임, 소설, 시나리오작가들이 즐겨 찾는 ‘온라인 괴물 소굴’로 유명하다. 

그런 저자가 좋아하는 글쓰기의 원칙은 바로 ‘이야기에 과학이 더해질 때 전혀 새로운 서사의 가능성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괴물 과학 안내서」는 저자가 이 원칙을 독자와 함께 나누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환상과 신비로움을 빼앗고 딱딱한 공식과 숫자를 내미는 책이 아니다. 연금술에서 주기율표가 탄생했듯 상상력이야말로 오히려 진짜 과학의 출발점임을 ‘소름 돋게’ 일러 주고 있다. 

아날로그를 듣다
박현자 / 황금알 / 1만 원

박현자 시인은 인천문인협회 회원으로 1992년 인천문단 신인상을, 1995년 문예사조 신인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돌에 관한 명상」을 출간했다.

저자는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지만 그보다 어릴 적부터 글쓰기를 좋아하고 산골의 자연환경에서 동심을 살찌운 덕분에 시인이 됐다고 말한다.

두 번째 시집에서는 폐지를 줍는 노인 등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다뤘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풍족한 현실 사이에서 물질의 풍요보다 감성과 따뜻한 정서가 절실하다는 인간애를 강조했다.

이 책에는 ‘냉탕 바가지’, ‘동인천’, ‘고등어를 먹는 시간’, ‘아날로그를 듣다’, ‘돋보기를 쓰고’, ‘커피를 꿈꾸다’, ‘숯가마’, ‘북어’, ‘배춧국을 끓이며’, ‘옛날이야기’ 등 60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사람의 지도
김진초/ 미소 / 1만5천 원

소설가 김진초의 소설집 「사람의 지도」가 출간됐다. 작가는 1997년 한국소설 신인상으로 데뷔해 인천문학상(2006), 한국소설작가상(2016), 한국문협작가상(2016)을 수상했으며 소설집 「김치 읽는 시간」 등 5권과 장편소설 「여자여름」 등 3권을 썼다. 「사람의 지도」는 그의 아홉 번째 소설책이다.

이 책에는 서해안 작은 섬 ‘누렴’에 죽어서야 돌아온 여자의 총체적 오류 지도를 그린 ‘누렴 소나타’, 동성애자 남편을 참아내는 여자의 암흑기 탕진 지도를 그린 ‘너의 중력’, 편의를 좇아 살다 마주친 통증보다 혹독한 가려움증 지도를 그린 ‘소양증’, 담배와 마다가스카르를 맞바꾼 40년 애연가의 금연 지도를 그린 ‘뚫흙송’, 세월호에서 구조된 환갑쟁이의 죽음보다 가혹한 따돌림 지도를 그린 ‘그날의 언어’, 만만해서 늘상 이용만 당하는 자동차정비공의 유쾌한 복수 지도를 그린 ‘푼수 탈출기’ 등 중·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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