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말 기준으로 통화량(M1)이 1천조 원을 돌파했다. 광의의 통화량(M2: M1+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도 3천조 원을 넘어섰다. 모두 사상 처음이고,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이유는 자명하다. 재정확대와 통화완화로 자금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2018년 초만 해도 0%대였던 ‘실제 통화량(M2)과 장기균형수준 간 격차’가 8%까지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렇게 풍부해진 유동성이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질 않고, 주식과 부동산으로 몰려 명목가격만 밀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부동산은 대통령까지 ‘최고의 민생과제’라고 언급할 만큼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부분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정부의 통화완화 기조가 이를 무력화하는데 한몫 거들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부동산정책과 재정·통화정책은 서로 반대방향으로 가면서 징벌적 규제만 계속해서 늘어나니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닌가 싶다. 문제는 앞으로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까지 떨어지면 민간영역의 부채는 지금보다 더 부실화될 게 뻔하다. 이 또한 서민들이 제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의 대차대조표와 한은의 대차대조표를 단순화해 연결하면 (한은이 보유한 국채는 상계처리 되므로) ‘자산은 조세권, 부채는 통화와 국민이 보유한 국채’로 구성된다. 따라서 지금처럼 통화량과 국민이 보유한 국채가 증가하는 상황에선 조세권이 늘어나는 방향으로(증세)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초과 부채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거나 통화량 증가로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어느 쪽이든 재정부담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와 정부의 파산 위험이 커진다. 최근처럼 (주식, 아파트 등) 명목가격만 상승하는 비정상적인 통화 흐름까지 전개되면 후유증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전 세계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경기부양에 나서는데, 우리만 기준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거둬들일 순 없는 노릇이다. 부작용만 더 생길 것이다. 결국 이 딜레마를 헤쳐나갈 방법은 하나다. 규제 일변도 정책(부동산대책 포함)을 시장원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통화 흐름도 ‘경제적 자유도를 높이고, 기업하기 좋은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바꿔야’ 소비와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정기조 전환만이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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