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전쟁이나 갈등이 없이 평온함 또는 그런 상태’다. 즉, 평화라는 말에 대해 우리는 전쟁과 결부시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동안 외세의 침략을 반복했고 70년 전 한민족끼리 겪은 한국전쟁이 아직 종전되지 않은 채 반세기 이상을 남과 북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화’는 ‘평온하고 화목함’이라는 또 다른 사전적 의미도 갖고 있다. 평온과 화목은 나라간 전쟁이 없는 상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간의 관계 또는 개인이 느끼는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은 이 중에서도 개인의 평화, 특히 교직원의 ‘마음의 평화’를 위한 기관이다. 교직원 간이나 학생 또는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수려한 경치를 자랑하는 포천 산정호수 인근에 위치해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휴식을 경험할 수 있는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을 찾았다.  <편집자 주>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 전경.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 전경.

#국내 최초의 예절교육원, 국내 최초 평화교육연수원이 되다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은 지난 1997년 경기도예절교육원으로 개원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 직속기관으로의 단독 개원이 아닌, 1986년 경기도내 최초의 교원 연수기관으로 설립된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당시 명칭은 율곡교원교육원)’의 산하기관이었다. 평화교육연수원이 개원할 당시는 인성교육이 강조되던 시기로, 교원들의 기본 인성 및 예절에 대한 교육을 위해 설립됐다.

이후 2010년 전국 최초로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는 등 교육계를 비롯해 사회 전반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및 평화 등이 강조되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2012년, 당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 의해 현재의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와 함께 율곡교육연수원 산하기관에서 분리, 도교육청 직속기관으로 지위도 상향됐다.

연수원 명칭에 ‘평화’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은 인권과 민주주의 등과 관련된 대표적인 단어가 평화였기 때문으로, 남북관계 또는 전쟁 등과 관련된 의미는 아니다.

현재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은 학교 등지에서 마음에 상처를 입은 경기지역 교직원들에게 ‘쉼’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프로그램들.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프로그램들.

#치유와 회복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 운영

경기도평화교육원이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 가장 강조하는 것은 힐링(Healing)과 치유 및 회복이다.

다양한 이유로 상처를 입고 지친 교직원들에게 쉼을 통한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 학교로 돌아가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은 연수운영의 비전으로 ‘휴(休)·한(한마음)·삶이 있는 품격 높은 연수원’을 제시하며 ‘치유와 회복을 통한 교육과 직무능력 향상’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른 운영 과제는 ▶휴와 치유가 있는 힐링 연수 운영 ▶한마음을 회복하는 맞춤형 연수 운영 ▶삶과 성장이 있는 교육공동체 연수 운영 등으로 설정됐다.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프로그램들.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프로그램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치유성장직무연수’다. 각급 교원과 일반직 공무원 및 교육공무직원 등 각 대상별·계절별·연수기간별 특성에 따라 인문학을 통한 ▶치유 ▶명상치유 ▶문화예술치유(콘서트) ▶자연치유(산행 등) ▶몰입치유(노작활동 등) ▶소통치유(분임토론)등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3박 4일간 숙박형’과 ‘1박 2일 주말 숙박형’ 및 ‘연수원이 학교로 찾아가는 힐링프로그램’ 등의 형태로 운영되며, ‘교직원의 마음의 평화가 곧 학교와 교실의 행복이고 평화라는 생각’ 및 ‘실력 있는 교사보다는 마음이 따뜻한 교사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 다른 프로그램으로는 ‘맞춤형 힐링연수’가 있다.

일반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치유성장직무연수’와 달리 도교육청 교원역량개발과와 함께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직원을 대상으로, 교원역량개발과에서 추천한 대상자 또는 학교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있는 교원 중 지원자들이 참여할 수 있다.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프로그램들.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프로그램들.

▶자존감 회복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 ▶개별 맞춤형 심리 상담 ▶법률전문가 자문 ▶기타 다양한 체험식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됐으며, 교권침해 교원을 위한 마음 치유프로그램인 ‘교원행복치유캠프’와 학생·학부모·교직원간 사이에 어려움이 있는 교사를 위한 치유프로그램인 ‘맞춤형 능력향상 심화연수’등도 마련 중이다.

이밖에도 ▶유·초·중등 복직예정 교사를 위한 교육력강화프로그램(복직예정자 직무연수) ▶연수원 인근 지역 교직원을 위한 힐링프로그램(지역 맞춤형 직무연수) ▶현장 교직원과 같이 만들어가는 자율기획연수 ▶현장 교직원들의 연수를 지원해주는 자율기획연수 등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자율기획연수’는 올해 평화교육연수원이 처음 도입한 연수 형태로, 그동안 연수원이 기획한 프로그램 위주의 연수와 달리 학교 현장의 교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연수에 대해 참여자들이 직접 교육과정을 구성해 운영하는 형식이다.

평화교육연수원은 향후 공통된 주제에 대한 자율기획연수 요구가 계속될 경우에는 해당 주제에 대한 정규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프로그램들.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프로그램들.

#국내 유일의 기관, 교직원힐링센터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은 지난 2016년 ‘교직원힐링센터’를 신설했다.

학교 현장의 교직원들이 학생·교직원·학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심각한 교권침해에 시달리거나 과중한 업무 및 개인적인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는 등 사기가 추락한 상태에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치유의 도움을 주기 위해 설립된 교직원힐링센터는 박사급 전문상담사와 외부 전문가 50명으로 구성된 교직원상담네트워크를 활용한 맞춤형 심리상담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경기도교육청 교직원 심리상담 전문기관’을 표방하고 있다.

주로 학교폭력의 가·피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Wee센터’와 학생 또는 학부모의 폭력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을 실제 병원과 연계해 주거나 관련 비용을 지원해주는 ‘교원치유센터’와 달리, 학교 내에서 여러 사유로 어려움을 겪는 모든 교직원을 대상으로 힐링과 치유의 기회를 제공해 교직원의 교육적 지위를 지킬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교직원힐링센터에서 운영 중인 ‘휴(休) 프로그램’은 숙박형으로 운영되는 개별 상담프로그램으로, 개인상담형과 집단상담형 등의 심리상담을 통해 교육활동 침해 피해를 입어 일정기간 격리·휴식이 필요한 교사의 심신 안정 지원과 효율적인 치유를 통해 교육력을 회복시키는 한편, 심리적 소진 극복 및 행복한 교사로의 변화를 통한 교육의 질 향상을 꾀한다.

학교로 찾아가는 집단상담 프로그램인 ‘카타르시스 프로그램’은 학교 내에 어떤 사건으로 인해 교직원들에게 집단 트라우마가 생기는 등 공동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경우, 직접 상담 전문가들이 학교로 찾아가 심리상담을 진행하는 등 학교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온·오프라인으로 상담 및 심리검사가 진행되는 ‘도란도란 프로그램’은 전화 또는 대면으로 운영되는 개별 상담프로그램으로, 도내 상담전문인력풀인 교직원상담네트워크를 활용해 365일 상시 심리상담의 확대를 통해 지리적 제약을 극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심리검사 기반의 의사소통 워크숍인 ‘마음사랑데이’를 통해 자기이해 및 타인 수용 촉진으로 교육공동체의 관계성을 향상하고, 기질과 상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자기관리 및 학생지도 역량을 증진시키는 한편, 심리적 문제의 조기발견과 예방적 서비스를 통해 교직생활의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  

# 정만교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장 인터뷰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은 교직원들의 힐링과 치유를 목표로 운영되는 도내 유일의 기관입니다."

정만교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장은 연수원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자격연수 등 교직원의 전문성 신장을 목표로 운영되는 도내 타 연수기관과 달리 전문성 신장 보다는 교직원들의 ‘마음의 평화’가 더 강조되는 연수원이라는 의미다.

정 원장은 "학교와 교직원 등 교육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의 변화에 따라 학교현장의 교직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전보다 더 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호소하며 직업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마저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교직원의 마음이 안정되고 평화로워야 교육이 교육답게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평화교육연수원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 경기남부지역에도 신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현재 평화교육연수원은 경기북부 끝자락인 포천시에 위치해 있어 경기남부지역 교직원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이는 지난해 경기도교육연구원에서 연구·발표한 ‘경기도 교직원 연수기관 체계 재구조화 방안’에서도 강조되고 있는 내용으로, 실제 지난해 평화교육연수원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한 교직원의 평균 만족도는 99%를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경기남부지역에 폐교가 늘고 있는데 이런 곳을 활용해 평화교육연수원 성격의 연수원을 하나 더 만들면 보다 많은 교직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선 우리부터 교직원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주민과 군인 및 교직원 누구나 와서 힐링과 치유를 받을 수 있는 개방형 기관으로 운영하면서 보다 좋은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연수에 참여하는 분들이 행복한 마음을 갖고 학교로 돌아가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사진= <경기도평화교육연수원 제공>

※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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