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사단법인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강석승 사단법인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맹위(猛威)를 떨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안보실장을 비롯해 국가정보원장, 통일부 장관 등 정부의 통일안보 관련 수장(首長)들을 전격적으로 교체했다. 

이에 대해 필자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지 않지만, 최근 북한의 대남관 및 일련의 대남 관련 정책 행태 등을 고려할 때 매우 적절한 조치라 보여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왜냐하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뒤이은 김여정의 3번에 걸친 담화 내용을 비롯해 통일전선부장 장금철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권정근 등이 쏟아내고 있는 일련의 입장을 고려할 때, 이런 조치를 통한 분위기 쇄신 필요성이 큰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1부부장 김여정의 경우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자기 변명과 책임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된 연설에 메슥메슥함을 느낀다…변명과 술수로 일관…비굴하고 굴종적인 상대…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깨깨(※ 몽땅) 받아내야 한다…철면피한 감언이설…"등으로 원색적 비방을 했으며, 장금철도 ‘깨끈한(※더러운) 것들과는 더는 마주 앉을 일이 없을 것이다’ 제하(題下)의 담화를 통해 "지금까지 북남 사이에 있었던 모든 일은 일장춘몽으로 여기면 그만일 뿐…앞으로 남조선 당국과 무슨 교류나 협력이란 있을 수 없다"라고 역설했다.

여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최선희는 기자회견을 통해 "말귀가 어두어서인지 지금도 남쪽 동네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하기 위한 노력에 변함이 없다는 허튼 소리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잠꼬대같은 소리…미국과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고 강변했고, 권정근 역시 "비핵화는 개소리" 등으로 비난하는 가운데 각급 기관, 기업소, 단체 등을 총동원해 대남 적대 궐기대회를 개최하는 가운데 인민군 총참모부는 금강산관광지구, 개성공업지구에 연대급부대 및 화력구분대 설치, 비무장지대 민경초소(GP) 재진출, 최전방지역 1호 전투근무 체계 격상, 대남삐라(전단) 살포 등 후속조치를 공언(公言)했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 확대회의를 통해 "이런 대남군사 행동 계획을 보류시킬 것"을 결정함에 따라 20여 일간 지속됐던 남북한 긴장관계는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고, 이런 가운데 정부의 인사조치가 이뤄짐으로써 앞으로 남북관계는 경색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여기에 덧붙여 지난 6일에는 2박 3일간 일정으로 방한한 ‘스티브 비건’ 미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한국이 북한과의 남북협력 목표를 진전하려는 것을 전적으로 지지한다…협상 권한이 있는 카운터퍼트를 김정일 위원장이 임명한다면, 그들은 그 순간에 우리가 준비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을 밝힘으로써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는 곧 이제까지의 남북관계가 그러하였듯이 우리 정부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그리고 대국적 거시적 차원에서  대북 전단 살포 문제나 한미연합훈련 실시 등 기존의 정책과 입장을 조금씩 양보하고 북한 정부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나가는 가운데 당사국인 남북 정부가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 그리고 ‘9·19군사합의’를 성실하게 이행, 실천하려는 의지를 행동으로 구현한다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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