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전도유망한 한 메이저리그 선수가 24살의 나이로 운명을 달리했다. 약관의 나이로 신인왕을 따내 향후 15년은 무난히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호세 페르난데스라는 쿠바 출신 선수다. 호세가 숨지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전했다. 전설적인 선수들이 그를 추모하기 위한 글을 일제히 SNS에 게시했으며, 구단은 아예 그날 예정돼 있던 경기를 취소하고 구장 전광판과 마운드에 호세의 이름을 새겼다.
그런데 사인(死因)이 보트 사고였던 탓에 그의 사망을 둘러싸고 갖은 추론이 나왔다. 음주 운전이었을 가능성을 비롯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속 구단은 그의 등번호인 16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하면서 그를 기렸다. 동료들은 다음 경기에서 모두 16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출장하면서 그를 추모했다. 운구차가 구장을 돌던 시간에는 선수단 전원이 그가 가는 길을 배웅했다.
다음 해 호세의 사망 당시 제기됐던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음주를 한 채 보트를 운전해 본인은 물론 친구들까지 함께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추모 분위기는 급히 사그라졌지만 그는 아직 해당 구단의 유일한 영구결번 선수로 남아 있다.
지난 10일 시신으로 발견된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고인에게 밝혀지지 않은 의혹이 있기 때문에 서울특별시장(葬)은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이 강하게 일고 있다.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반대가 확산되고 있다. 과오가 있는 고인을 향해서도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유가족과 그의 생애 중 그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던 이들을 비롯해 남은 자들이 떠나간 그를 추모하고 슬퍼할 권리가 침해돼서는 안 된다. 마지막 작별의 시간에 그의 과오는 과오대로, 공은 공대로, 슬픈 마음은 마음대로, 질책은 질책대로 인정하는 것이 순리이다. 구국의 영웅 故 백선엽 장군이 과거 친일행적이 있다 해서 육군장을 하지 못하게 막는다면 이 역시 순리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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