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2인자로 일컬어지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북미 간 정상회담과 관련해 연내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김정일 위원장의 ‘판단과 결심’을 전제로 대화 가능성의 여지를 남겼다. 김 부부장은 지난 10일 담화를 통해 미국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불가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는 "대선 전 회담은 미국 측에나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게는 무익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의 결정적인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올해 중 그리고 앞으로도 조미 수뇌 회담이 불필요하며 최소한 우리에게는 무익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한데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미 대화 지속 의지를 언급한데 대해 반박 성격의 담화를 내놓은 모양새다. 하지만 김 부부장은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조미 수뇌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가능성에 대한 또 다른 전제로 "미국의 결정적인 입장 변화"를 언급했다. 최고 권력자인 김 위원장의 판단과 결심이나 미국의 입장 변화에 따라 부정적 상황이 바뀔 수도 있음을 넌시지 암시한 것이다.

이번 담화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북미 대화의 전제가 미국의 ‘비핵화 조치’ 요구에 대한 북한의 ‘제재 해제’에서 ‘적대시 정책 철회’에 상응한 협상 재개로 북한의 대미 협상 기조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꼽아온 대표적 적대시 정책은 한미 연합훈련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북한 체제 보장 약속으로 귀결되는 것이고도 하다. 북한은 막강한 한미연합 전력을 정권 안정 및 체제 유지에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인식하며 훈련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당분간 북미 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북한이 회담 가능성을 일축하는 듯 하면서도 대화에 지속적 관심을 보이고 있고, 특히 대미협상 기조가 선회하고 있는 점을 주시할 필요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와 안보 수장들은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의 정세 흐름과 북한의 담화 행간을 잘 읽어내어 대화의 불씨와 모멘텀을 살릴 방도와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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