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바다 위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말레이시아 술루해(海) 한가운데서 살고 있는 바자우족이 그렇다. 수백 년 전 원시부족 간 세력 다툼에 밀려 바다로 쫓겨난 이 원시부족은 가장 때 묻지 않은 인류의 원형으로 꼽힌다. 바다 위에 집을 짓고 10가구 내외의 작은 공동체를 이뤄 서로 의지하고 산다. 아니면 10m도 안되는 독립된 나무 배에서 천막 하나 걸쳐 놓고 물고기를 잡으며 평생 배 안에서 먹고 자고 아이를 키우며 산다. 

조상 대대로 그랬듯이 그저 마음이 맞는 짝이 있으면 배에서 배로 몸뚱이를 옮겨 같이 살고, 혼례의식도 없이 가족을 이루고 산다. 국적도 없이 그렇게 간소하고 순박하게 평생을 방랑자로 살다가 생을 마감하면 비로소 육신을 땅에 맡긴다. 하지만 물 위에서의 삶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한다. 고기와 해초를 주는 바다가 그저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들의 세계에는 오늘날 뉴스를 매순간 장식하는 악행과 악구(惡口)를 찾아 보기 힘들다. 

인류학자들조차도 남아 있는 원시부족 중 바자우족이 가장 순수하다고 평가할 정도다. 바다 여기저기 떠 있는 각각의 소공동체가 탐욕에 물들지 않았고, 부와 권력, 명예를 추구하는 삶과는 무관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남의 것’을 탐하려는 경쟁과 암투가 벌어지지 않는다. 남의 것을 탐하고 시기하는 미세한 움직임은 먼저 입을 통해 말로 나타난다. 망어(妄語), 악구(惡口), 양설(兩舌), 기어(綺語)가 대표적이다. 

망어는 남의 마음을 어지럽고 허망하게 하는 거짓말이다. 말에 대한 책임감도 없이 때와 사람을 가리지 않고 함부로 늘어 놓는 말이다. 의미나 쓸모가 없다. 기어는 마음속에서는 남을 해치고 속일 뜻을 품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달콤한 말로 남을 속이는 것이다. 달래고 빼앗고, 얻고 싶는 게 있을 때 쓴다. 양설은 양쪽 사람들을 오가며 상대방에게 서로 다른 두 가지 말로 이간질하고 불화를 일으켜 싸움을 붙여 놓는 것이다. 가장 교묘하고 가장 추하다. 

악구는 남을 모질게 욕하거나 험담을 해 남을 성나게 하고 괴롭히는 거친 입이다. 바자우족이 그렇듯 대자연과 함께하는 삶에는 이 4가지 혀 놀림이 필요하지 않다. 오직 물질과 욕망으로 가득찬 콘크리트 빌딩 숲에서 4악구(四惡口)는 일상이자, 전략으로까지 용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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