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악(巨惡)은 정의(正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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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악(巨惡)은 정의(正義)인가
김락기 전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객원논설위원
  • 기호일보
  • 승인 2020.07.15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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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락기 전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김락기 전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

올해도 절반 세월을 보냈건만 코로나19 세상은 끝 간 데 없다.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바이러스가 바꾸어가는 세상은 온통 그간의 질서를 무너뜨린다.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에 좇아 서로 간 대면보다 휴대전화 문자나 통화로 교류한다. 비정상이 일상이 됐다. 이런 와중에 이 시대 세계 선도국가 미국의 경제적 양적완화나 우리나라의 역대 최대 규모 3차 추경예산 편성과 같이 나라마다 자국 살림 살리기에 여념 없다. 빚을 늘려가면서라도 나라를 잘 이끌어가려는 집권당국의 고초는 만만찮을 것이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의 일환으로 당국은 다중이 모이는 각종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적절한 운영이 필요한데, 집회 참여자들 입장에서는 탄압으로 비칠 수 있다. 

지난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돌아본다. 여당의 과반수 초과 압승으로 그들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가운데 국회는 운영되고, 제1야당은 존재가치조차 못 느낄 만큼 비루하다. 국회의원마다 8명의 보좌진을 두고, 국민의 세금으로 소요경비를 충당하면서도 제 역할을 못하는 그들의 특권은 도무지 국민의 군림자이지 종복이라 할 수 없다. 더구나, 선거 중 특히 사전투표가 온라인·오프라인상 총체적 부정선거라고 여기는 국민이 있다는 점은 간과되기 어렵다. 요즘도 서초동 법조타운 근처에서 블랙시위를 하거나 재검표 실시 촉구 집회를 하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이상한 일은 이번 선거 부정 주장에 대해 정부 여당은 가타부타 말이 없는 점, 일부 유튜브 방송을 제외한 거의 모든 언론이 침묵하고 있는 점, 이에 대한 검찰의 수사, 법원의 재검표나 선거 무효소송 착수 조짐 같은 것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들 따위이다. 하물며 야당이 부정선거는 없었다고 하면서 이를 주장하는 한때의 동료의원을 홀대하는가 하면, 어떤 우파 유튜브 방송에서는 자기네끼리 부정이 있느니 없느니 하며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해괴하다. 비정상이 판을 치는 사회라 할까. 

나는 그간 좌파니 우파니 하는 정치적 주장에 별 관심이 없었다. 다만 나 같은 무지렁이도 한 수 시조를 지어 읊조릴 수 있는 자유로운 세상이기를 바라왔다. 그런데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하고 난 뒤에는 일단 창작을 접었다. 내 처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마냥 시상이 떠오른다고 하여 풍월이나 읊는 가식 문학에 묻힐 수는 없었다. 아울러 야릇한 일은 이번 국회 개원 무렵부터 불현듯 이 나라 야당은 사라지고 없다고 느낀 점이다. 나만의 생각일까. 여야가 없는 비정상적 국회 상황, 내가 비정상인가 정당이 비정상인가.

만일 지난 4·15총선이 총체적 부정선거라고 가정한다면 현 국회의원들 상당수는 가짜 당선인으로 바뀐다. 이런 선거를 진행한 정부 당국은 ‘거악(巨惡)’을 저지른 셈이 된다. 거악은 ‘큰 범죄’를 말한다. 예컨대, 거악을 바탕으로 생긴 국회와 이에 기여한 정부당국이 국리민복을 위하는 정책을 편다면 이를 정의롭다고 해야 하는가 아닌가. 먹고살기에 바쁜 일반 서민들은 얼마 전 지급받은 긴급재난 지원금처럼 더러 정부 정책을 미더워할지 모른다. ‘정의(正義)’는 진리에 터전한 공정하고 올바른 도리라고 한다. 

지난 2010년대 우리 인문학에 회자됐던 마이클 샌델의 ‘정의(Justice)’를 거론할 것도 없다. ‘진리’니 ‘정의’니 하는 말은 어찌 보면 당대에 함께하는 구성원의 공유가치나 통치이념일 수 있다. 범세계적이든 어느 한 나라에 국한하든 공간적 범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다. 마치 북한 위정자가 친지나 요인을 살상해도 그들 주체사상에 물든 북한 주민들은 그 사실을 진리나 정의라고 믿는 거와 같다. 나만의 억설일까. 정의나 진리는 통(通)시공간적 보편 개념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거악이 구성원의 공유가치로 자리한다면 정의롭다는 결론에 이를 수도 있으니 어이하랴. 암담하다.

허나, 나는 이를 앞으로 머잖아 이 나라에 닥쳐올 혁명적 국가통치체제로의 변화 조짐의 하나라고 자위한다. 좌우를 두루 아우르면서 ‘섭리(攝理)’로 다스려 통일 한국을 반석 위에 굳건히 일으켜 세울 초인을 생각한다. 세계만방에 그 이름 떨칠, 너그러우나 카리스마 넘치는 위인이라면 나만의 미몽일까. 단시조로 풀어본다.

- 꿈같은 새 세상 -

 코로나로 살 적에는
 악도 함께 묻고 가다
 
 정의라는 허울 앞에
 속는 듯도 하다마는
 
   놀랍게
 닥쳐올 그날
 다 녹이고 풀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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