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의 ‘회복력’을 기대하며
상태바
이성의 ‘회복력’을 기대하며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법학박사
  • 기호일보
  • 승인 2020.07.16
  • 1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딸을 가진 부모들은 "남자는 늑대다. 조심해야 한다"라고 일러주고, 아들을 가진 부모들은 "여자는 여우다. 조심해야 한다"라고 일러준다. 남녀는 천성적으로 서로 이끌리게 마련이므로 서로 조심해야 한다. 성적 본능을 방치하면 사회가 무질서하게 되므로 인류는 성적 본능을 적절히 제어하도록 ‘일부일처제’를 통해 ‘가정’을 기초로 사회를 형성하고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은 참 애석한 일이다. 그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 정치인으로 활동했고 3연임 서울시장을 역임한 인물로서 많은 국민들의 지지와 존경을 받았다. 그런 그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왜였을까? 언론에서는 비서 성추행이 사건화되자 창피함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박 전 시장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고소인 측의 주장에 따르면 4년이 넘도록 강제 추행이 지속됐다고 한다. 박 전 시장이 법률가로서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모범적으로 살아왔으리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에겐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박 전 시장의 이성을 마비시킨 원인이 무엇일까. 아마도 서울시장이란 권력적 지위에 장기간 재임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8년 8개월 동안 장기간 서울시장에 재임하면서 권력을 향유하다 보니 잠시라도 이에 도취돼 공인(公人)으로서 윤리의식이 흐려지고 이성적 자기 경계심이 느슨하게 됐을 것이다. 실상 세상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인간의 탈을 쓴 이상 ‘체면’을 중시하면서 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의 심성에는 야수성과 인간성이 병존해 있다. 본능은 야수성을 추구하고 이성은 인간성을 추구한다. 때와 장소를 가려 본능을 발현하도록 이성의 고삐로 본능을 제어하면서 살아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인간은 불완전하며 부조리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고비를 맞을 수 있다. 때로는 살짝 선을 넘기도 하고 그런 일을 평생 비밀로 감추면서 살기도 한다. 남녀의 사랑은 아름다운 일이다. 국경, 인종, 연령 차이를 훌쩍 뛰어넘는 사랑의 이야기들은 아름답다. 문제는 직장 내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이뤄지는 일방적인 애정 표현이다. 만일 박 전 시장이 이성적 제어를 실천하지 못하고 직장 내 성추행을 범했다면 이는 지극히 실망스럽고 개탄스러운 일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 그의 ‘고장난 이성’은 죽음으로써도 용서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의심을 받는 그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른 것은 참 이해하기 어렵다. 장례를 국민의 세금으로 치르기보다는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것이 고인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의 이름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조용히 잊혀지도록 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성추행 문제를 ‘내 편, 네 편’을 가려 진영논리에 따라 판단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전형이며 비이성적이다. 누구 편에 의해 저질러졌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고,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길을 지나다 보니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 "고(故) 박원순 시장님의 안식을 기원합니다.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다수의 국민들이 그의 죽음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하는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플래카드까지 내걸면서 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또한 이성의 마비가 아닌가 싶다. 개인이든 정치집단이든 조속히 이성의 ‘회복력(resilience)’을 되찾길 기대한다. 

실수를 범했을 때 "아차, 이러면 안 된다"라고 반성하고 얼른 바른 길로 돌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비합리’가 지배하는 사회로 추락할 위험을 안게 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했거늘 우리 모두 ‘수신(修身)’에 힘써야 하겠다. 쉽지는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끊임없이 자기를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한다.

기호일보, KIHOILBO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