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명 정치인의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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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명 정치인의 자살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07.16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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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세간의 단연 톱 뉴스는 대권 유력 주자였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자살이다. 정말 뜻밖이었고 시간이 지난 지금도 어리둥절하다. 그동안 나왔던 이런 저런 뉴스를 종합하면 두 가지 의문이 남는다. 첫째는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냐는 것이고 둘째는 고소인 수사가 당일의 짧은 시간에 종결이 됐을 뿐만 아니라 돌아가신 백선엽 장군과는 비교도 안되게 띄우기를 하냐는 것이다. 선진국과는 달리 대부분 국가에서 언론은 권력이 국민들이 믿도록 하고 싶은 사항만을 전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처럼 밀착취재 등을 통해 정부의 비리를 밝히는 경우도 있으나 이것은 언론의 자율이 보장된 선진국에 국한된 일이다. 

결국 우리 대부분은 이러한 언론에 발표된 것을 전부인 양 이해하고 희로애락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라시나 음모론이 오히려 더욱 그럴듯해 보이는 경우가 왕왕 있다. 결국 우리도 발표된 것만 갖고 추정해 볼 도리밖에 없는 것이다. 아마 고소장이 들어온 날 권력 최상부와 연락이 이뤄졌을 것이고 박 전 시장은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자 심한 자괴감을 느꼈으리라. 평생 공들여 만들어낸 원로 시민운동가의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성추행자로 낙인 찍히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대권 도전이 서울시장 후 유일한 퇴로였는데 이것이 막히면 정치권에서는 가능성이 없을 것을 계산했을 것이고 고심 끝에 목숨과 자신의 이미지를 바꿨던 것이다. 

그에게는 그 이미지가 목숨보다 중했던 모양이다. 아니면 수사 도중 더 큰 치욕이 드러날 것을 겁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다행인지 자살에 의한 공소무효로 추악한 진실만은 덮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후자의 경우도 아리송하다.  경찰은 고소장 접수 당일 날 고소인에 대한 수사를 마치고 다음 날 박 전 시장을 소환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의문은 왜 그렇게 빨리 고소인 수사를 종결했냐는 것이고 50만에 가까운 반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서울시장(葬)으로 엄청난 돈을 들여야 했냐는 것이다. 권력의 상층부는 어차피 박 전시장이 진영 내부 정적(政敵)이었던 만큼, 그의 약점이 불거진 이상 안희정 미투사건과 같이 신속히 제거하고 싶어 했을 것이다. 다만 민주 항쟁이라는 같은 진영의 노선은 훼손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치부를 가리고 공을 띄움으로써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가 있었다. 어차피 죽은 정적은 띄워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사무라이들도 자살을 한다. 그들은 잘못을 인정하고 그 잘못을 속죄하려고 하는 자살이지 박 전 시장처럼 죄가 드러날 것이 두려워하는 자살과는 다르다. 자신의 거짓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것 뿐이다. 그러나 본인은 자살로 수사로부터 도망할 수 있겠지만 피해 여성은 오히려 막막하다. 성추행에 대한 피해자로서 고소를 했으나 보상은 고사하고 앞으로 박 전시장 지지자로부터 어떤 수모를 겪어야 할 지 모른다. 예전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변양균 스캔들이나 요새 홍상수 감독의 스캔들이 주홍글씨 타입의 불륜이었다면 박 전시장의 경우는 권력에 의한 성 수탈이다. 어쩌면 박 전 시장의 모습이 마치 조선 위안부를 농락하는 일본군과 판박이다. 

비서는 상당한 기간 밀착해서 권력자를 보조해야 하는 직무이기 때문에 쉽게 여성이 굴복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박 전 시장은 여러 명의 여성 비서와의 관계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안희정 미투나 오거돈 미투 때와 마찬가지이고 예전 고은 시인의 미투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박 전 시장은 예전 서울대 우조교 성추행 사건을 파헤쳐 결국 상대방에 벌을 지우고 처음으로 성추행범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 원로 시민운동가이다. 평생 여성 권익을 위해 살아온 인물이 자신이 만들어낸 성추행범이라는 덫에 걸려 자살했다는 것은 운명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예전 프랑스혁명 때 단두대를 발명한 사람이 결국 그도 단두대에 죽임을 당한 것을 보면 역사는 반복되는 듯하다. 그는 여성 인권운동뿐 아니라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 수많은 시민 운동 조직의 모태가 됐던 공이 있으나 결국 대권이라는 권력을 위해 철저하게 조직을 불려 왔던 사회 운동가였다. 그렇게 권력관리와 자기 이미지 관리에 철저했던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기 관리를 못했던 것이다. 시대변화를 잊을 만큼 권력을 너무 오래 향유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오래된 권력은 으레 썩기 마련이다. 그러한 정치 스타의 몰락에 대한 출구는 결국 자살이었다. 자살이 만능인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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