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이 발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 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 사회로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라고 소개했다. 정부의 뉴딜은 크게 3가지 축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첫째는 DNA 생태계 강화,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 디지털화를 골자로 하는 ‘디지털 뉴딜’이다. 둘째는 도시인프라 녹색 전환, 녹색산업 혁신생태계 조성, 저탄소 에너지 확산을 골자로 하는 ‘그린 뉴딜’이다. 

셋째는 고용안전망 및 사회안전망 강화, 사람투자 확대를 골자로 하는 ‘고용 사회안전망 강화’다. 이 세 가지를 위해 2025년까지 160조 원을 투자해 일자리 19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한다. 그다지 새롭진 않다. 역대 정부도 그 시대를 반영하는 개념의 뉴딜들을 시도했었다. 노무현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이에 따른 각종 인프라 시설 건설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뉴딜을 2004년에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에 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녹색성장’을 제시한 후 임기 내내 일자리 창출 명목으로 녹색뉴딜(4대강 사업 포함)을 추진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2년에 과학기술과 IT를 산업 전반에 접목하는 스마트 뉴딜을 발표했다가 집권 후 ‘창조경제’로 갈아탔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한 내용들을 보면 디지털 뉴딜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그린 뉴딜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기시감이 들 정도로 유사하다. 세부 계획도 기존에 추진해온 정부 과제들을 덮어씌운 게 많다. 더 큰 문제는 현실성 결여다. 우선 사업 기간이 2025년까지로 돼 있다.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새 정부가 전 정부 사업을 이어받는 건 (심지어 같은 정당이라도) 불가능에 가깝다. 재원조달 계획, 정책기조 전환 의지도 안 보인다. 

작금의 어려움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들이다. 대부분이 정부의 무분별한 시장 개입과 소득주도성장 때문이었다. 이에 대한 반성은 없이 지금보다 민간영역에 더 깊숙이 개입해 더 많은 (현재와 미래의) 혈세를 쓰겠다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뉴딜은 뼈를 깎는 자구적 노력과 정책적 변신이 함께 수반될 때 성공할 수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며,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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