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전통시장이 장을 보기 위해 찾은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구리전통시장이 장을 보기 위해 찾은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전통시장에는 아주 특별한 풍경과 맛이 있다. 깎는 사람, 깎아 주는 사람 모두 즐거운 곳이며 주머니가 다소 가벼워도 하나라도 더 얹어 주는 인심에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을 넘어 낯선 사람들과 가격을 흥정하며 때로는 이야기꽃을 피우는 서민들의 애환의 장소인 것이다. 

네모 반듯하고 깔끔하게 진열된 대형 마트와는 색다른 특징, 사람들의 활기찬 목소리,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는 소소한 풍경들, 전통시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음식, 그리고 그 자리를 오랜 시간 지켜온 사람들의 따뜻한 인심과 웃음까지 골목마다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구리전통시장이 새롭게 변신을 꾀하고 있다.

거대한 유통환경의 세찬 바람과 거세게 조여 오는 험한 물결을 이겨 내고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정글의 몸부림이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게 절박함으로 지역마다, 시장마다 각기 다른 모습과 서비스, 차별화 전략으로 생존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구리시는 쇠퇴한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상권 특색을 반영한 테마구역을 조성하고 쇼핑·커뮤니티·청년창업, 힐링(문화·예술) 등이 이뤄지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이 원도심 뉴딜사업의 일환인 상권 르네상스이다. 

특히 온라인쇼핑, 복합쇼핑몰 등 소비패턴의 변화와 인근 신도시 개발로 인한 새로운 유통망 개점으로 상권 이탈 현상이 심화되며 능동적 대처를 위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즉, 하나의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골목상권·시장·상점가·상업지역 등을 하나로 묶어 지역상권을 활성화시키고, 이를 통해 전통시장 및 상점가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자는 취지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을 수행하는 엔진 역할로 구리시 상권활성화재단을 7월 1일 설립했다. 2024년까지 5년간 구리전통시장과 인근 상가들이 하나의 공동체로 행복한 특화거리, 행복한 체험, 행복한 사람을 테마로 한 지역문화와 전통을 계승하는 새로운 일상들이 시험대에 올랐다. 

‘구리, 시민행복특별시’를 비전으로 열린 시정을 이끌고 있는 안승남 구리시장에게서 재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다음은 안 시장과의 일문일답. 

안승남 구리시장
안승남 구리시장

-민선7기 3년 차 업무가 시작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경제에 큰 희망으로 기대되는 상권활성화재단이 주목받고 있는데 설립 취지를 설명해 달라.

▶손 안의 스마트폰이 무엇이든 연결 가능한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유통환경에서 온라인이 대세를 이루듯 상상하면 산업이 되는 혁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재래식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의 침체는 정해진 수순이다. 하지만 한목소리로 전통시장을 살려야 하는 이유는 서민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상권활성화재단 설립은 민선7기 공약으로 시민과의 약속이다. 백화점·대형 마트 등 기업형 쇼핑시설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기존 시장상권 침체가 심화되고, 척박한 소매시장 환경에서 소상공인 자력으로는 고객 확보에 분명 한계가 있다. 

전통시장은 지역의 유산이다. 시장경쟁 원리와 전통시장만이 갖는 특성에 따라 차별화해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는 스마트 환경을 조성, 생존 방안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전통시장의 대표 상품이 있고, 지역의 역사문화가 있으며, 관광과 연계할 수 있는 ‘특화·전문형시장’이나 ‘문화관광형시장’으로의 전환·육성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환경을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을 수행할 조직이 지난 1일 공식 출범한 구리시 상권활성화재단이다. 

구리시 관계자들이 전통시장에서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 홍보 캠페인과 방역활동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구리시 관계자들이 전통시장에서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 홍보 캠페인과 방역활동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전통시장 살리기는 ‘적자생존’의 논리에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한마디로 전통은 경제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유산이다. 전통시장 또한 삶의 과정, 그 시대의 자화상으로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계승하는 지역사회 일원으로 마땅히 지켜야 하는 귀중한 가치의 산물이다.  

전통시장 활성화사업은 시설현대화 및 경영현대화를 병행 추진하면서 지자체·관련 기관·이해관계자들의 직접적인 관리와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지역주민과 소비자들이 항상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생활 공동체적 커뮤니티를 형성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곧 고객들의 만족과 신뢰로 이어져 시장 활성화에 가장 큰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전통시장 활성화를 통해 상인과 이용객 모두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전통문화가 계승·발전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처럼 전통시장의 영향력이 단지 지역경제 차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며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전통시장 육성을 위한 지원정책을 수립·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즉, 전통시장 살리기 사업은 경제적으로는 적자 논리인 것이 맞지만 그것을 지켜내기 위한 가치가 더 크다는 것이다. 

한때 인기를 얻다 어느 날 사라진 복고 상품이 또다시 인기를 되찾았듯이 전통시장에 쏟았던 우리의 수많은 노력이 세월이 지나 결코 헛되지 않고 적자생존의 법칙을 딛고 혹자부흥의 시기를 맞을 거라 확신한다. 

구리시 관계자들이 전통시장에서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 홍보 캠페인과 방역활동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구리시 관계자들이 전통시장에서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 홍보 캠페인과 방역활동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앞으로 상권활성화재단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많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지역의 역사문화를 활용하고 공공디자인, 공공예술,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해 멋진 사진 한 컷을 만들어 내는 특별한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옛모습을 연상할 수 있는 저잣거리를 예로 들 수 있다. 온라인 시장이 아무리 경제적이고 대형 쇼핑센터가 멋진 쉼터라 해도 사람들의 정겨운 이야기가 있는 전통적인 매력까지는 누릴 수 없다.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전통시장을 만들어야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 사업인 ‘사회적 기업 육성 정책’과 연계해 고령자, 여성 등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다. 지원체계도 행정-전통시장-지역사회·기업체-전문가-소비자가 상호 협력하는 네트워크 구조로 전환을 유도해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상권활성화재단이 이 역할을 담당하고 이러한 사업들을 위해 필요한 재원은 이미 정부 주관의 공모사업을 통해 확보했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이 전통시장, 대형 마트, SSM(기업형 슈퍼마켓)이 함께 할 수 있는 상생 상업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물론 직접적 당사자인 상인들의 각고의 노력이 절실하다. 전통시장만이 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자주적인 마케팅 노력도 필요하다.

-끝으로 상인들과 시민들에게 당부할 사항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상인들은 결국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들이다. 시민들이 공동체 의식을 발휘하고 지역상권의 주요 소비계층이 되는 첫걸음은 지역 외로 자금이 유출되지 않도록 구리사랑카드(지역화폐)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19로 험한 시간을 보내는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개인과 가족, 지역사회, 국가경제를 위해서라도 새로운 일상에 빨리 적응해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스스로 제품과 서비스의 질 향상, 위생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새롭게 밀려오는 언택트 시대에 적응하는 전문경영인이 돼 줄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린다. 

특히 서비스의 정보화는 현대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트렌드로, 전통시장도 스마트 서비스 구축사업과 연계한 상인교육을 통해 전통시장 스마트화를 하루속히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 상권활성화재단이 함께 할 것이다.  

리=윤덕신 기자 dsyun@kihoilbo.co.kr

사진=<구리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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