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일원에 추진하는 송도역세권구역 도시개발사업 부지 내 한 주택. 50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 건물은 조만간 철거될 예정이다.사진=독자 제공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일원에 추진하는 송도역세권구역 도시개발사업 부지 내 한 주택. 50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 건물은 조만간 철거될 예정이다.사진=독자 제공

‘실미도 사건’의 아픈 기억을 품고 있는 인천지역의 한 동네가 도시개발사업으로 사라지게 됐다.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일원에 추진하는 송도역세권구역 도시개발사업이 올해 안에 착공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15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송도역세권구역 도시개발사업은 연수구 옥련동 104번지 일대(29만3천353㎡)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복합환승센터를 비롯해 주거시설, 상업시설, 문화시설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곳은 1971년 8월 23일 발생한 실미도 사건 장소로, 나름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이다. 시가 발행하는 잡지 ‘굿모닝인천’ 2011년 1월호에서는 옥련동 일대가 실미도 대원들의 탈주 루트였다고 소개했다. 실미도 대원들이 당일 오전 6시 30분께 지나가던 6t급 어선을 탈취해 실미도를 빠져나왔고, 그들이 육지에 닿은 곳이 옥련동 돌산 인근이었다는 것이다.

잡지에는 ‘당시 실미도 대원들은 시내로 가던 항도교통 시내버스를 총으로 위협해 탈취했다. 버스 안에는 승객 6명과 버스기사, 여차장 등이 타고 있었다. 잠시 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군인들과 총격전을 벌였다. 이 와중에 옥련이발소 앞에서 놀던 김은희(당시 5세)가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고 자세히 서술했다.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50대 남성은 "실미도에서 훈련을 받던 부대원들이 집 앞에서 버스를 세웠고 총격전이 벌어졌다. 아이가 죽고, 집 유리창이 깨지는 것을 목격했다"며 회상했다.

그는 또 "50년의 역사를 간직한 건물이 조만간 철거된다"며 "시간이 지나 총격 흔적은 없어졌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 장소인데 사라지게 돼 마음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 남성은 4대째 옥련동에 거주하다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최근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 송도역세권구역 도시개발사업 부지 내 일부만 남아 있을 뿐 원주민들이 거의 다 이주해 올해 안에 착공할 예정"이라며 "실미도 사건과 관련해 이를 기억하기 위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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