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특히 전국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경기도내 수출제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납품 지연, 계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경기남부지부에 따르면 도내 수출기업 382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8.7%가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타격으로 자금 관련 애로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또 도내 수출업체 87.7%는 6개월 내 운전자금 부족(55.0%)과 고용 축소(43.7%), 생산 감소 및 중단(36.4%), 신규 수출 곤란(24.3%) 등 자금 순환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답했다. 특히 부도 가능성마저 우려된다고 답한 업체도 11.8%에 달하는 가운데 10곳 중 1곳은 1∼2개월 이내에 부도가 발생(10.5%)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이후 도내 제조 중소기업의 경영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산업단지이자 제조업이 가장 많은 스마트허브(반월·시화·시화MTV) 국가산업단지 및 수원산업단지 현장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외환위기(IMF), 금융위기, 일본 수출규제까지 다 버텼는데, 이번 시기(코로나19)는 정말 고통스럽네요."

7월 3일, 안산 반월산단에서 30년째 의류 원단 염색 공장을 운영하는 A사를 방문했다. 출입 전 사무실 앞에서 체온 측정과 마스크 착용을 확인했다. 이후 공장 내부를 둘러봤다. 적막 그 자체였다. 섬유를 염색하는 기계 버튼에는 먼지가 쌓인 채다. 그 옆 원단 창고에는 수출계약이 취소되면서 남은 원단이 가득했다. 

수출하지 못한채 쌓여있는 재고
수출하지 못한채 쌓여있는 재고

A사 사장은 "코로나19 이후 3월부터 해외로부터 주문이 줄면서 공장 일부만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지난달부터는 가동을 멈췄다. 현장직 7명은 모두 무급 휴직을 보내고, 현재는 사무직 직원들만 공장을 지키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30년 동안 공단에서 일하면서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다"라며 "이곳 모든 업종을 불문하고 일거리가 사라지면서 거의 폐업 수준이다. 지난달부터 사무직 직원 월급도 3분의 2만 지급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주변을 돌아보니 공장 입구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과 아예 공장 문을 걸어잠근 곳들도 눈에 들어왔다.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이후 공장 매물이 한 달에 1∼2개씩 나왔지만, 코로나19 이후로는 하루에 2군데 이상 임대 또는 매물을 내놓겠다는 전화 문의가 온다"고 말했다.

시화산단도 상황은 비슷했다. 평일 오후 시간인데도 공장과 도로는 한산했다. 산단 안쪽 골목에 들어가 보니 업체마다 수출하지 못한 채 포장된 제품들이 쌓여 있었다. 

중국으로 자동차 후방카메라를 납품하는 B제조공장 대표는 "현재 3개월째 수출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외 수출 위주로 판매하다 보니 코로나 이후 일거리가 완전히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10년 전 회사 설립 후 가장 큰 위기상황이다"라며 "현재 만들어 놓은 제품조차 판매하지 못한 상황에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현재 휴업이나 폐업을 고려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수출하지 못한채 쌓여있는 재고
수출하지 못한채 쌓여있는 재고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인근 식당가도 울상이다. 13년 전부터 한식뷔페 전문점을 운영 중인 박효국(54)씨는 "올 초 대비 매출이 30∼40% 이상 줄었다"며 "공장들이 휴업이나 폐업하면서 손님이 절반 이상 줄어 식당 매출도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최다수의 중소 제조기업이 밀집한 스마트허브(반월·시화·시화MTV)의 분위기다.

스마트허브는 1997년 반월산단 조성을 시작으로 1986년 시화산단, 2002년 시화MTV(멀티테크노밸리)가 연이어 지정됐다. 총면적 3천801만㎡ 부지에 들어선 3개 산단에는 현재 1만9천여 개의 중소기업이 입주해 전국 1위다.

적막한 분위기는 실제 수치로도 드러난다. 최근 발표한 한국산업단지공단의 ‘4월 주요 국가산업단지 산업동향 통계표’에 따르면 안산 반월산단의 공장가동률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3월 68%보다 3.3%p 감소한 64.7%를, 시흥 시화산단은 3.6%p 줄어든 68.4%의 가동률을 보였다. 고용 현황도 시화산단의 경우 전월보다 493명(-0.4%) 줄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나타난 4월부터 가동률이 떨어졌다"며 "향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스마트허브 인근 수원산업단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수원산업단지에서 스마트폰 안테나 부속품을 제조·납품하는 C사는 공장 내·외부 방역소독에 한창이었다. 그래도 인근 타 업체들에 비해선 분주한 모습이었다.

C사 관계자는 "타 업종보다는 상황이 낫다. 일거리가 아직까지 있어 물량은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공장을 가동할 정도의 수준이다"라며 "확진자가 나오면 불가피하게 공장 문을 닫아야 하기에 하루에 오전·오후 두 번에 걸쳐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위기는 스마트허브보다는 분주한 모습이었지만 단지 내 입주되지 않은 텅 빈 새 건물이 곳곳에 보였다.

공장 운영을 중단해 썰렁한 공장모습
공장 운영을 중단해 썰렁한 공장모습

수원산업단지 부동산 관계자는 "타 시도 산업단지들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아직까지 공실이 많다"며 "코로나 이후에는 상담조차 거의 사라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도내 제조중소기업이 코로나19 여파로 위기에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 경기본부의 ‘2분기 경기지역 경제동향 모니터링’ 결과, 도내 경기는 1분기보다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제조업 생산과 서비스업 생산, 설비투자가 감소했다. 이 가운데에서도 도내 제조업과 비제조업 업황지수는 평균 50으로 기준점 100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도내 산단의 경우 제조업을 기반으로 대부분 중국·미국 등으로 수출하기 때문에 이 상황이 계속 되면 휴업 및 폐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 경기남부지부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지속될 경우 도내 많은 제조수출기업들의 자금 경색이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책자금 지원 확대 및 납품대금 조기 결제 등 정부의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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