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에도 천막을 세워 배움을 이어나갔던 우리나라 학교들은 코로나19라는 장벽을 넘고 등교개학을 하는 데 99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교육부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 ‘코로나19 예방대책반’을 꾸렸다. 이후 대구 신천지 교회발 집단감염과 서울 이태원클럽발 지역사회 전파 등에 따른 위험이 커지면서 5차례나 등교를 연기했다.

5월 20일 고교 3학년을 시작으로 5월 27일에는 고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초교 1~2학년, 유치원생 등이, 지난달 3일에는 고교 1학년과 중학교 2학년, 초교 3~4학년 등이 각각 등교개학을 맞았다. 6월 8일에는 중학교 1학년과 초교 5~6학년이 등교하면서 모든 학생이 99일 만에 등교개학하게 됐다.

등교개학에 앞서 우리나라는 4월 9일 역사상 첫 온라인개학을 추진했다. 학생들은 교실이 아닌 각자 집에서 ‘랜선’으로 교사와 만나 수업을 듣기 시작했으며, 등교개학 이후에도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러닝’ 융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 초은고등학교에서 온라인 원격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인천 초은고등학교에서 온라인 원격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 코로나19가 가져온 교육 변화

우리 교육은 이 모든 과정에서 역사상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됐다. 

인천외국어고등학교는 4월 세계 최초로 원격을 통한 고교 세계경제포럼을 개최했고, 인천인성여자고등학교도 온라인개학이 이뤄지기 전인 3월부터 네이버 밴드를 활용해 선제적으로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시교육청교육연수원은 지난달 지방공무원 3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한 ‘계약실무 기초교육’을 실시하는 등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온라인 실무교육을 진행했다. 

하지만 온라인수업은 아직도 기술적·내용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월 원격수업이 본격화되자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환경에서 수업을 들을 수는 있었지만 부랴부랴 준비한 흔적이 역력했다.

온라인개학이 갑자기 결정되다 보니 교사들의 준비가 미흡했고, 플랫폼 서버 불안정으로 방송 송출이 원활하지 않자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포기한 학교 사례가 발생했다. 학생·학부모 사이에서 수업 내용이 부실하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교사와 학생 간 대면 부재로 인한 교육의 격차를 좁히는 문제도 간단하지 않았다. 온라인 매체를 다루는 교사들의 역량 차이에 따라 수업의 질도 좌우됐으며, 대면수업만큼 자극이 일어나기 어려운 온라인수업 특성상 사교육에 의존하는 가정도 생겨났다. 발달장애인과 저학년 학생들 중에서는 부모 부재로 가정에서 관리하지 못했을 때 학습 참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등교개학을 앞두고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인천용학초등학교 급식실을 방문해 코로나19 방역 점검을 하고 있다.
등교개학을 앞두고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인천용학초등학교 급식실을 방문해 코로나19 방역 점검을 하고 있다.

#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만큼 이제는 임시방편을 넘어서 새로운 미래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달 17일 ‘코로나19 이후, 인천미래교육의 질문과 상상’을 주제로 제1회 온라인 공동 교육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인천교육포럼’과 ‘교육정책연구두레’의 공동 기획으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교육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현장과 함께 고민하고, 기존 교육체제를 넘어 새로운 교육의 방향과 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도성훈 교육감은 발제를 통해 코로나19가 일상이 됐을 경우를 염두에 두고 학교와 교사의 역할 변화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학교는 교육활동의 주된 공간이었지만, 비상상황이 일상화되면 학교 공간의 개념이 재조정될 수밖에 없다. 맞벌이 학부모들이 희망하는 것처럼 돌봄 기능이 확대될 수 있으며, 수업은 가정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대신 학교는 문화·예술·체육활동이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바뀔 수도 있다.

또 시민교육 및 마을교육과 같이 대면 관계 중심의 교육활동들이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도 논의해야 한다. 마을교육은 학교와 마을이 협력하며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로 학교와 마을이 교감할 수 없게 됐다.

초은고등학교 온라인 원격수업 현장 점검.
초은고등학교 온라인 원격수업 현장 점검.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올해 안에 마을교육이 활성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시교육청은 비대면 문화의 확산과 안전에 대한 가치 상승, 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사회로의 변화,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의 감소, 학교와 지역 간 교육격차 등 코로나19가 남긴 변수들에 대한 미래교육 해법으로 유연한 교육체제 구축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학교는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라는 체제 안에 정형화된 학습을 유지해 왔다. 코로나19는 교육체제의 경직성을 알려 주는 동시에 교육체제 변화의 필요성도 깨닫게 해 준 계기가 됐다. 

# 미래 인재 육성에 초점

 시교육청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수업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러닝 시스템 정착에 유연한 교육체제의 시작점을 두고 있다. 이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하려면 학교자치를 강화하고 학사 운영 및 교육과정 운영에 자율성을 최대한 확대하는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앞으로는 개별 학생 맞춤형 교육이 더욱 강조된다. 그 촉진자는 인공지능의 발달과 지역별 교육정책 강화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개별 맞춤교육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고, 지역별 특색 있는 교육정책의 확대는 그 지역 학생들의 요구를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은 지역의 미래 산업수요를 반영한 직업교육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다.

부광여자고등학교 코로나19 대응 상황 현장 점검 모습.
부광여자고등학교 코로나19 대응 상황 현장 점검 모습.

 구체적인 방안으로 교육부가 2025년까지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시교육청은 일반고·특목고·특성화고 간 공동교육과정을 2021년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공동 학점 이수제를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는 시기에 맞춰 도입하면 사이버 진로교육원을 만들어 개별 맞춤형 진로교육 여건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 교육도 한층 더 강화한다. 미래사회에서는 접해 보지 않은 복잡한 문제와 마주했을 때 문제를 구성하는 다양한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동시에 남과 다른 시선으로 분석해 창의적 대안을 도출하고 실행해 나갈 수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인천의 3대 전략산업인 바이오·뷰티·항공 분야의 진로직업교육을 강화하고, 창업 프로그램을 지원해 직업계고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장려한다. 동아시아 시민학교 60곳을 행복배움학교와 융합해 인천미래학교의 비전을 정립하고 다국어교육, 온라인 학생 국제교류로 미래교육의 문을 연다. 

 도성훈 교육감은 "학교가 입시와 경쟁보다 안전과 성장, 협력과 존중의 가치가 중시되도록 탈바꿈할 수 있는 공론화의 장이 지속적으로 마련되기를 바란다"며 "이를 위해선 협력적 문제 해결 능력, 창의력, 자기주도력, 기계(AI 등)와 협력·활용하는 능력, 사회문화적 수용 능력 등의 역량이 신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사진=<인천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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