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세계 곳곳에 코로나19가 마치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어 우리를 자꾸만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이미 1천300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60만 명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전 세계 일일 확진자 수가 20만 명을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직은 최악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연구진 발표를 인용한 보도에는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뚜렷한 해결책이 없으면 내년 봄까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최대 6억 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고 한다. 

전파력이 강한 변종이 출현했다거나, 일부 국가의 부실대응 논란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의 가파른 확산세가 내년 봄까지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 거릴 걷고 친굴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 주던 것,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처음엔 쉽게 여겼죠, 금세 또 지나갈 거라고, 봄이 오고 하늘 빛나고, 꽃이 피고 바람 살랑이면 우린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싱어송라이터 이적이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을 위해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노랫말을 짓고 곡을 만들어 최근 공개한 ‘당연한 것들’이란 노랫말의 처음 부분이다. 그는 기특하게도 누리소통망(SNS)에 "이 노래가 코로나19로 힘든 마음의 한구석에 작은 위로를 드릴 수 있길 바란다"며 당연한 것들을 다시 누릴 그날을 꿈꾸며 다시 만나자고 했다. 정말 나는 전혀 깨닫지 못했었다. 내 일상이 얼마나 평온했고 지금까지 무얼 누리면서 지내고 있었는지를. 그런데 지금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수신되는 안전 안내문자를 보면서 나 자신은 물론 이웃을 위해서라도 조심해야지 다짐하며 지낸다. 

내가 오전에 하는 일은 아내와 스포츠센터에 가서 운동하는 일이다. 운동할 때는 말할 것도 없고, 끝낸 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동료들과 잡담을 즐겼다. 그러나 지금은 운동도 혼자 해야만 하고, 잡담은커녕 누구와 부딪칠세라 재빠르게 밖으로 나와야 한다. 운동 후 동네 맛집을 찾아다니며 점심을 해결하는 즐거움도 쏠쏠했다. 청량산 아래 순두부집, 연수동 들깨 수제비와 꼬막 비빔밥, 고잔동 국밥집, 옛 송도 하얀 육개장, 송도 베트남 국숫집이나 담백한 대구탕집 같은 곳이 즐겨 찾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어느 곳도 가질 못하고 거의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 저녁 식사도 매주 두세 번씩 있던 친목 모임 탓에 밖에서 해결하는 일이 빈번할 수밖에 없었다. 모임마다 즐겨 찾는 식당이 다르고, 즐기는 음식도 다양해서 여러 곳의 음식을 만나는 기대감도 특별한 것이었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로 넘쳐났고, 먹고 마시고 떠드는 일이 평범한 일이면서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그 많던 친목회가 동면(冬眠)상태에 들어가 있고, 언제 만나게 될지 궁금해하며 마냥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우리에게 평범하고 당연한 것들이 한순간 모두 멈춰 서버린 듯하다. 5년이 넘게 매월 진행해 오던 고성답사(古城踏査)도 멈춘 지 몇 달이 지났다. 올 여름 중국 지린성(吉林城) 지안현(集安縣)을 찾아 고구려 시대 유적인 장군총, 광개토대왕릉비, 오녀산성(五女山城), 국내성 등을 답사하고 백두산 등정까지 할 계획이었으나 이 일 역시 무산되고 말았다. 일요일마다 가던 성당, 미사 후 들르던 영화관, 월요 산행도 할 수 없다. 동네 책방도 몇 달이나 가지 못했고, 자주 가던 도서관은 발길 끊은 지가 한참이나 됐다. 매주 토요일 선후배 20여 명이 진행하던 조찬포럼도 멈춰섰다. 이런 일들 또한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마도 코로나 19가 진정될 때까지는 이적의 노랫말처럼 당연히 함께할 날들을 웃으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잊지는 않았잖아요. 간절히 기다리잖아요.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거예요. 우리 힘껏 웃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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