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복지(Endless Welfare)의 잠시 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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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복지(Endless Welfare)의 잠시 멈춤
최장열 논현종합사회복지관장
  • 기호일보
  • 승인 2020.07.23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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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열 논현종합사회복지관장
최장열 논현종합사회복지관장

코로나19가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혹자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복귀는 앞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초등학교를 비롯한 각종 학교는 일부 개강해 운영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등 코로나 이전의 수업 행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사회복지관을 비롯한 사회복지기관도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비상 대기 운영 중이다. 명실상부 코로나19 시대라고 할 만하다. 

필자는 지난 2019년 1월 1일 논현종합사회복지관장으로 임명됐다. 2009년 남구 숭의종합사회복지관장으로 근무를 했으니 10년 만에 복지관장으로 복귀한 셈이다. 복지관장으로 복귀하고 사업 현황을 살피는 중 이·미용 서비스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1997년 복지관에서 이·미용 서비스를 담당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1997년 어느 날,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이·미용 서비스를 하는 날이다. 컴퓨터와 컬러프린터가 흔하지 않았던 시기이기에 색채 매직과 사인펜, 색연필 등으로 근사하게 포스터를 만들어 동네 곳곳에 붙여 홍보한다. 어르신과 몸이 불편하신 분 등 당시 복지관을 이용하는 분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복지관에 머리 하러 꼭 오시라고 부탁한다. 미용사 자격이 있으신 분 중에서 봉사자를 미리미리 섭외하는 것은 물론이다. 

마지막 주 수요일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먼저 복지관 한쪽 공간을 세팅해야 하고, 봉사자와 이용자를 위한 다과를 준비하는 등 손님맞이 준비를 한다. 드디어 이·미용 서비스 시각이 됐는데, 이용자들이 많이 오시지 않았다. 상사에게 홍보를 어떻게 했기에 이용자들이 안 오냐고 꾸지람을 들었다. 그러면서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생각이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담당자인 내 머리도 복지관에서 잘랐던 기억도 난다. 내 머리가 이상하다는 아내의 이야기도.

"왜 어려운 이웃들의 머리를 복지관에서 해야 할까? 돈이 없어서? 나이가 많아서? 몸이 불편해서? 보통 사람의 이·미용은 미용실이나 이발소에서 하는데 도대체 왜?"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때 ‘보편적으로 한다’라는 철학이 있다. 이는 보통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 시설서비스 문화 등을 약자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개념이다. 이·미용도 보편적으로 해야 한다면 약자도 보통 사람들이 이용하는 미용실이나 이발소에서 머리를 할 수 있게 도와야 보편적으로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3년 전의 내 방식을 내가 관장으로 임명된 논현종합사회복지관에서 거의 비슷하게 하고 있었다. 한 번 시작한 서비스를 중단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가히 ‘끝없는 복지(Endless Welfare)’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멈출 수 있었다. 멈춤의 시간 동안 이·미용 서비스를 어떻게 했는지, 한 분 한 분에 물으니 이용자 모두가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를 했다고 한다.

2020년 시무식에서 ‘물질 중심의 지원망에서 관계 중심의 안전망으로’, ‘서비스 지원에서 이웃의 방문으로’ 삼는 원년이라고 선포했다. 7월에는 인천시 최초로 지역밀착형(주민주도형) 직제를 도입했다. 코로나19로 복지관 내부에서 프로그램을 할 수 없는 요즘, 복지관 모든 직원이 지역사회를 두루 다니며 인사를 한다.

복지를 이루는 행위가 ‘복지사업’이 아닌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로 해야 한다. 그래야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빛나고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칭찬·감사의 공이 돌아간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것으로써 복지를 이루게 도와야 한다. 내 마당 내 삶터에서 보통의 사회적관계로 도와야 한다. 

끝없는 복지를 잠시 멈춘 지금, 우리는 복지의 근본을 생각해야겠다. 우리가 하는 일, 잘해야 하고 바르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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