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한 바가지 받아 들여다 본다. 눈이 빠질 것 같다. 무언가 아른아른거리는 것만 같다."

 인천 수돗물이 또 말썽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벌레다. 주민들의 신경이 또다시 곤두섰다. 지난달 말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호기롭게 재선 도전 의사를 표명했던 박남춘 시장. 박 시장은 이번 ‘수돗물 유충’ 사태와 관련해 "발생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최대한 신속히 수돗물 공급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박 시장은 다른 민선 7기 광역단체장에 비해 이슈 선점이 더디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수돗물 문제만큼은 다르다. 씁쓸하다. 인천에서 처음 불거진 ‘수돗물 유충’ 논란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22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역 내 수돗물 유충 발견 누적 신고 건수는 21일 오후 6시 기준으로 814건, 실제 유충 발견 건수는 211건이다. 

 수돗물 유충 발견 건수는 지난 15일 55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감소하다 19일 17건, 20일 21건, 21일 25건으로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지역별로는 서구가 198건으로 가장 많고 계양구 6건, 부평구 5건, 영종도 2건 등이다.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인천은 불과 1년 만에 ‘수돗물 유충’ 사태를 겪고 있다. 또 인천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수돗물 유충’ 민원이 급증하자 환경부가 전국 정수장 49곳에 대한 긴급 점검을 벌였다. 그 결과 인천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을 비롯해 7곳에서 유충이 발견됐다. 시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수돗물을 어떻게 믿고 사용할 수 있겠느냐"라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불안과 불만은 결국 불신으로 이어져 각종 필터와 생수를 구입하는 비용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박 시장의 말을 다시 읽어본다. ‘최대한 신속히’. 박 시장은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 속에서도 ‘신속한 수질 정상화’를 약속했었다. 물론 ‘신속’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지속’이 더 중요하다. ‘인천 수돗물’이 이슈화되는 것이 싫다. 그리고 이런 이슈 선점은 더더욱 싫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