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당정청이 주도하는 정책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기준도 일관성도 없이 무슨 고철 땜방 하듯 눈에 보이는 흠집만 주먹구구식으로 메꿔 가는 것이 그것이다. 주식 양도소득세가 대표적인 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개인투자자가 국내 상장주식으로 2천만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면 그 초과 부분에 대해 20~25%의 양도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대신 ‘현행 0.25% 수준인 증권거래세는 0.1%p 낮춰 거래부담을 낮추겠다’고 소액투자자들을 달랬다. 그러자 소위 ‘동학개미’로 불리우는 20~40대 개인투자자들이 강력 반발했고, 결국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재검토를 지시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아무리 세수 압박이 컸더라도 지금처럼 경제악화로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이중과세 논란까지 감수하며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을 강행하려 한 그 용감무쌍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부동산 대책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일 정부가 22번째로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대책’은 예상대로 다주택자의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를 올리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이번 역시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풀려 하지 않고, 징벌적 규제와 비합리적 진영논리로 접근했다. 결국 그 피해가 전세시장과 세입자로 전가되기 시작하자 민심이 폭발했다. 이에 깜짝 놀란  당정이 비장의 카드라며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부랴부랴 내놓았는데, 이번엔 같은 진영의 대선 후보들과 시민단체에서 반기를 들었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이것도 대통령이 직접 없던 일로 하겠다고 하면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용적률 상향,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유휴부지 활용 같은 실용적 대안은 제쳐두고 왜 자연을 훼손하는 무지막지한 발상부터 했는가’라는 점이다. 면밀한 검토 없이 설익은 정책을 내놓고, 여론의 역풍을 맞으면 다시 급조해 대책을 내놓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면 어떤 정책을 내놓든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국민이 감수하는 인내와 희생, 피로감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대통령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지면 리더십은 약화되고 레임덕은 앞당겨질 것이다.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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