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과 불평등
조영현 등 / 알렙 / 1만8천 원
 
이 책은 라틴아메리카 인종과 공간에 반영돼 있는 불평등 문제를 다룬다. 주로 인종에 대한 인식 문제나 원주민들의 차별적 현실을 고찰하고, 그런 현실이 도시나 촌락이라고 하는 공간에 어떻게 투영되는지 보여 준다.

 라틴아메리카 불평등의 현실을 원주민이란 대상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다. 정복과 식민, 인종적 위계, 노동력 착취, 토지 문제를 통해 왜곡돼 온 역사적·구조적 문제를 다룬다. 그러나 단순히 원주민을 억압과 착취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사회변혁의 주체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 대표적인 다인종 사회인 브라질 내 인종에 대한 인식 문제를 인종주의, 혼혈, 인종적 지배를 위한 백인화, 인종 정책 등을 통해 접근한다. 특히 인종민주주의가 지배 이데올로기로 작동하는 현실과 흑인·원주민의 권리로서 언급되는 인종 쿼터제를 고찰한다.

 라틴아메리카 도시의 불평등 원인은 엘리트의 시각과 소외된 이들의 시각에서 다룬다. 이 지역의 도시가 경제적 격차와 인종적 차이를 반영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유럽의 식민지배 기획과 산업화 시기 이촌향도 현상, 세계경제 체제가 불평등한 도시 공간을 만드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브라질 역사의 단계마다 부상했던 다양한 원주민 정책을 소개하고, 원주민의 정치 참여 문제와 차별 극복을 위한 노력들을 살펴본다. 기존의 동화주의 정책이나 관점이 내포한 한계를 지적하고 상호문화성에 토대를 둔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한다.

 지난 30년 동안 라틴아메리카 지역 국가들이 강제 실향민 문제를 둘러싸고 논의한 주요 쟁점들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강제 실향민의 불평등 완화를 위한 라틴아메리카 지역 국가들의 노력에 대해 재조명한다.

 끝으로 빈곤 감소가 불평등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불평등은 단순히 통계로 분석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역사와 문화적으로 불평등과 폭력이 상호 연관관계를 맺고 있는 콜롬비아의 사례를 통해 장기 내전의 최대 피해 지역인 농촌 경제 회복이 콜롬비아 평화 정착의 주요 과제임을 강조하고, 평화협정 이행 과정에서 콜롬비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농촌 개발 정책이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
이진민 / 웨일북 / 1만4천 원

한국과 미국에서 오랜 시간 철학을 공부한 작가는 철학은 일상에 있고 작은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작가 또한 아이가 태어나자 비로소 한나 아렌트와 니체, 장자와 루소,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도 육아와 한몸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이 책은 부자나 똑똑한 사람이 되라고 독촉하지 않는다. 우리를 둘러싼 사회 구석구석을 먼저 둘러보는 걸 우선순위로 둔다.

작가는 한 발 더 나아가 내 아픔만 보였던 빈약한 감정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안전망을 고르게 타인에게 둬야 한다고. 특히 나보다 연약한 존재에게 펼쳐야 한다고 말한다.

나보다 약한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측은지심을 품는 일, 각박함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질문을 던지는 일을 우선시할 때 사회로부터 받은 내면의 공포는 자연스럽게 엷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홍대 앞은 왜 홍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할까
장기민 / 리드리드출판 / 1만4천800원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 속에는 디자인이 깃들어 있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접하는 모든 것의 출발이 디자인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한글도 창조적인 우리만의 문화이자 디자인이 창출해 낸 유산이다. 디자인은 상업디자인의 영역을 훌쩍 뛰어넘어 생각하면 그 범위가 광대하고 광활하다. 이 책은 디자인의 지평을 열어 망원경으로 보듯 멀리 있던 디자인 경영의 세계를 눈앞에 보여 준다.

몸을 디자인한다고 반문이 터지는 이유는 그동안 디자인의 개념을 축소해서 협소하게 인식했기 때문이다. 공간, 광고, 영상, 산업, 가구 등 디자인이라고 각인되고 유형화된 디자인의 개념을 바꾸자. 자신의 생활을 디자인하고 경제활동도 디자인할 수 있다. 그 방법을 모색 중이라면 이 책이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디자인을 연구할 때 다각도에서 관망하고 분석하듯 자신의 실수도 다른 관점에서 보고 성공으로 전환할 방법도 찾을 수 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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