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옥엽 前 인천시사편찬위원회 전문위원
강옥엽 前 인천시사편찬위원회 전문위원

문화재는 계속적으로 발굴되고 또 지정되므로 그 수치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시기 시기마다 집적되는 현황을 통해 당시의 역사문화 인식 정도를 짐작해 볼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된다. 현재 인천의 지정문화재는 총 267점이다(2020.5). 이들 중 참성단, 강화지석묘 등 국가지정문화재가 69점, 인천도호부관아, 부평도호부관아 등 시 지정문화재가 190점, 공화춘 등 등록문화재가 8점이다. 시기를 특정할 수 없는 무형문화재와 자연 생태 변화의 결과물인 천연기념물 및 기념물, 명승 등을 제외하고 이들을 시대별로 보면 조선시대 문화재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형별로는 생활사 관련 문화재가 가장 많고, 관방유적과 사찰 등 종교유적, 교육 및 기타 유적 순으로 정리된다. 

지정문화재 중 현재 고려시대 소산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은 38점 정도이다. 다른 시대에 비해 많지 않지만 그 대다수는 고려 후기 몽골의 침입으로 천도(遷都)를 통해 강도시대(江都時代)를 열었던 강화도에 남아 있다(26). 나머지는 연수구에 위치한 시립박물관(6)과 사설 박물관(5) 그리고 서구(1)에 자리해 있다. 여기에 비지정 문화유산으로 62점 정도가 더 추가될 수 있어 고려시대 문화유산의 총합은 100여 점 정도인데, 그 중 강화도가 52점, 나머지 각 군·구에 산재한 것이 48점으로 나타난다.

이해의 편의를 위해 미추홀구와 남동구, 연수구를 제1권역(27), 서구와 부평구, 계양구를 제2권역(14), 중구와 동구, 옹진군을 제3권역(7), 강화를 제4권역(52)으로 분류해 각 권역별 고려시대 문화유산의 현황과 특징을 정리해 볼 수 있다. 제1권역은 원래 미추홀구(옛 남구)로부터 남동구, 연수구로 분구(分區)됐던 지역으로 인천 역사의 출발지이자 전근대 시기 읍치(邑治)의 중심 공간이었다. 고려시대에도 고려 왕실과 관련된 ‘7대 어향(御鄕)’의 흔적인 원인재와 이허겸 묘역이 있고, 청량사, 학림사, 연경사, 주안사 터 등 고려 사찰의 자취가 남아 있다. 더구나 시립박물관에 전시된 원대 철제범종, 송대 철제범종, 고려 상감청자 연화문 매병 등과 가천박물관에 보존된 국보 초조본유가사지론 등도 고려시대 문화유산을 대변하고 있다. 

제2권역인 서구와 부평구, 계양구도 지리적 요충지로서 하나의 영역에서 분구된 지역이다. 충렬왕의 매사냥과 관련된 응방지와 녹청자도요지가 있고, 최이(崔怡)에 의해 시도됐던 김포 굴포운하 계획의 흔적이 있다. 이규보의 자취를 전해주는 자오당과 초정 터 및 계양산 고려 3대 사찰 만일사, 명월사, 봉일사의 터, 그리고 부평향교의 조성 연원에서 고려시대 역사적 공간이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제3권역인 중·동구와 옹진의 경우, 해상교류 거점이 됐던 섬 지역의 역사적 역할 속에서 고려시대 문화유산의 자취를 찾을 수 있다. 자연도(영종도)의 경원정과 제물사, 유배지로서 흔적을 남긴 두경승 장군 묘역, 해상방어의 요충 백령진 터, 대청도에 남은 원순제 귀양살이 자취, 삼별초의 근거지였던 영흥도, 장봉도에 조성됐던 장봉신궁의 흔적이 그 시대를 대변해 주고 있다. 

제4권역인 강화도에는 고려후기 제2의 수도였던 자취가 고려궁 터, 고려이궁 터, 고려가궐 터 등으로 남아 전해지고 있고 해양방어를 위해 쌓았던 강화 내성, 중성, 외성과 고려산성, 하음산성과 봉수, 그리고 몽골군과 최후까지 항쟁을 벌렸던 삼별초의 흔적이 남아 있다. 궁궐 외에도 왕륜사, 흥왕사, 봉원사, 혈구사 터 등 많은 사찰과 팔만대장경 조판과 관련된 선원사의 자취가 남아 있다. 

고종의 홍릉을 비롯해 석릉, 가릉, 곤릉, 인산리석실분 등 왕릉과 다수의 왕실릉, 이규보, 허유전, 김취려 등 학자와 장군의 묘는 강도시대(江都時代)를 증거해 주는 생생한 자료이다. 무엇보다 몽골과의 전쟁 와중에 민족의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 그 기원을 하늘과 연결하고자 조성했던 마니산 참성단 등은 고려시대 인천이 어떤 역사적 공간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좌표이다. 여기에 인천이 남북한 학술교류의 중심에서 추진해야 할 타당성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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