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죽음이 눈앞에 와 손짓할 때면 그동안 자신이 살아왔던 흔적들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다고 합니다. 그때를 상상해보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라는 질문이 생길 것 같습니다. ‘과연 나는 나다운 나로 살았을까, 아니면 세상의 요구에 맞춰 나 없는 나로 살았던 것은 아닐까?’라고 말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좋은 글을 보내주는 「배연국의 행복편지」(2015.10.12.)에서 전한 화폐수집가의 말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그는 세상에 두 장밖에 남지 않은 지폐 중 한 장을 갖고 있었는데, 수소문 끝에 자기와 똑같은 화폐를 지닌 사람을 찾아가 아주 비싼 값에 그것을 산 뒤 사람들 앞에서 태워버렸다고 해요. 사람들이 왜 그랬냐고 묻자, 그는 말했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지폐를 만들기 위해서죠. 이제 이 지폐는 부르는 게 값입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지폐가 저토록 귀한 존재라면 사람은 어떻겠습니까. 사람이니까 더더욱 귀하지 않을까요. 유일한 지폐보다 훨씬 더 소중한 존재인 ‘나’는 과연 유일무이한 존재로 사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글쓴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가장 뛰어난 두뇌를 가진 아인슈타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제2의 아인슈타인이 된다면 ‘유이의 존재’로서 가치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당신 스스로 ‘유일의 존재’로 살아가야 합니다."

수많은 꽃들이 제각각의 꽃을 피우고 제각각의 향기를 만들어내듯이 ‘나’도 나만의 향기를 지닌 사람이어야 세상에 하나뿐인 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호승 시인은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에서 어떤 꽃을 보고 예쁘다거나 추하다고 평가하는 이들은 꽃이 아니라 인간들이 자기중심적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꽃은 남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제비꽃은 결코 진달래를 부러워하지 않고, 진달래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한껏 꽃피우다가 떠날 시간이 되면 아무 말 없이 떠나간다. 만일 제비꽃이 진달래를, 진달래가 장미를 부러워한다면 꽃들 세계에서도 인간들과 같은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꽃들은 어찌 살 것인지 방황하지 않는다. 네가 예쁘다 내가 예쁘다 다투고 시기하지 않고 오직 주어진 그대로 감사하며 열심히 살다 사라질 뿐이다."

"인간도 같다. 나는 나만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타인의 아름다움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진정 내 아름다움이 빛나는 거다. 아무리 남의 장점이 돋보여도 남의 장점을 통해 내 단점을 찾으려 노력하면 어리석다. 오히려 그 단점이 장점일 수 있다. 장점이 경우에 따라선 단점이다."

저자가 전하는 더글러스 멜로크의 시를 독자 여러분과 함께 음미해보고 싶습니다.

"만일 당신이 산꼭대기의 소나무가 될 수 없다면 골짜기의 나무가 되어라. 그러나 골짜기에서 제일가는 나무가 되어라. 만일 당신이 나무가 될 수 없다면 덤불이 되어라. 만일 당신이 덤불이 될 수 없다면 풀이 되어라. 그리고 도로변을 행복하게 만들어라. 만일 당신이 풀이 될 수 없다면 이끼가 되어라. 그러나 호수에서 가장 생기 있는 이끼가 되어라. 우리는 다 선장이 될 수 없다. 선원도 있어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쓸모 있는 존재다. 해야 할 큰일이 있다. 또한 작은 일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가까이에 있다. 만일 당신이 고속도로가 될 수 없다면 오솔길이 되어라. 만일 당신이 해가 될 수 없다면 별이 되어라. 승리와 실패가 문제가 아니다. 당신의 최선을 다하라."

살아 있다는 것만 해도 이미 축복받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견딜 수 있습니다. 살아 있어야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될 테니까요. ‘나’만의 향기로 주위를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어줄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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